들끓는 국정원… 꽉 막힌 간첩사건 ‘증거 위조’ 수사

입력 2014-03-26 04:01

국가정보원 직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틀째 중단되는 등 간첩사건 위조증거 의혹 수사가 답보 상태에 놓였다. 국정원 권모(52) 과장의 자살기도로 수사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분위기다.

검찰은 국정원 지휘부의 증거위조 개입 여부를 규명할 돌파구 찾기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현재 검찰 수사는 김 조정관과 이인철 선양 총영사관 영사, 권 과장 등 4급 실무진급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상명하복의 국정원 조직 특성상 ‘윗선’ 수사는 보고체계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검찰은 그러나 실무진과 지휘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권 과장에 대한 조사도 다 끝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서는 무엇보다 권 과장의 자살기도로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원의 불만이 폭발한 것도 부담이다. 특히 집중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대공수사국 직원들은 권 과장이 중태에 빠진 이후 상당히 격앙돼 있다. 대공수사국에는 권 과장에 대한 국정원 직원들의 격려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 직원들이 권 과장의 심경에 동조해 검찰 조사에 집단적으로 불응하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수사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국정원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은 일단 국정원 직원들의 소환조사를 당분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팀을 지휘하고 있는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25일 “그간의 수사 상황을 검토해 수사 방향을 정리하는 등 호흡 조절을 하고 있다”며 “수사는 예정대로 간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와 김 모 조정관(일명 ‘김 사장’)을 구속기소한 뒤 다음 달 초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한편 권 과장은 이날 장기적인 치료를 위해 전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 사흘 동안 지켜봤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며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 중환자실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