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전 회장 동생, 판사들 골프모임 ‘법구회’ 스폰서

입력 2014-03-26 03:40
‘황제노역’ 논란에 휩싸인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문어발식 법조계 인맥 형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광주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은 판사·검사 등과 두터운 친분을 쌓기 위해 그동안 동생과 그룹 임원 등을 총동원했다. 허 전 회장의 동생 A씨는 2000년대 중반 법조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법구회’의 스폰서 역할을 도맡았다.

A씨는 전·현직 판사들의 친목 골프모임인 ‘법구회’에서 수년간 총무역할을 하면서 판사들의 ‘가명’ 골프예약을 해주고 식사비 등을 자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구회는 1990년 초 모 지방법원에 근무하면서 친분을 맺은 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으며 2005년 당시 회원수는 17명이었다.

A씨는 지난해 사기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된 뒤 지난 2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재판 중 보석으로 석방됐다. A씨는 지난해 초 자동차 공장에 취업시켜 주겠다며 2명으로부터 3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사기행각 과정에서 법조·정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주변에 과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허 전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전 대주그룹 부회장 B씨도 법조계 인맥 쌓기에 한몫을 담당했다. B부회장은 당시 광주지검과 광주지법 등의 검사·판사들과 대주그룹 산하 골프장에서 자주 라운딩을 했다. 대주그룹은 2000년대 초 계열사들이 한창 주가를 올릴 당시 전남 함평과 담양, 경기도 등에 골프장 3개를 동시에 운영했다. 허 전 회장을 대신한 A씨와 B부회장이 잦은 골프모임을 통해 법조계 인사들을 꾸준히 접촉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허 전 회장의 법조계 인맥은 이뿐이 아니다. 매제는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지낸 모 변호사이고 사위가 현재 광주지법에 판사로 근무 중이다.

광주지역 법조계 한 인사는 “전남 광양이 고향인 허 전 회장의 부친이 판사 출신 변호사로 오랫동안 순천 등에서 활동했다”며 “검찰과 법원의 봐주기 구형과 판결에는 허 전 회장 주변 인물들의 지원사격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