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완전변태’ 펴낸 이외수… “변태 성욕자 얘기? 곤충의 탈바꿈 이야기”

입력 2014-03-26 03:48


‘감성마을 촌장’ ‘트위터 대통령’ 등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68·사진)가 2005년 장편 ‘장외인간’ 이후 9년 만에 본업으로 돌아와 단편집 ‘완전변태’(해냄출판사)를 냈다.

2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완전변태’라는 제목에 대해 “제목을 보면 변태 성욕자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곤충의 탈바꿈에 대한 이야기”라며 “날개를 가진 곤충은 모두 완전변태를 한 종(種)이며, 날개를 갖기까지 고치집에서 캄캄한 절대고독을 경험해야 하기에 날개 없는 곤충과 크게 차별된다”고 말했다. 그는 “날개가 없어 바닥을 기는 곤충은 남이 먹다 남긴 걸 주워 먹거나 빼앗아 먹어야 하는데 그 모습은 사람도 마찬가지”라면서 “의식 있는 사람과 의식 없는 사람은 전혀 다른 것이며 이 소설은 날개를 가지려고 하는 인간의 꿈을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표제작을 비롯해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청맹과니의 섬’ ‘해우석’ ‘파로호’ 등 10편의 중단편을 수록한 단편집의 중심 테마는 삐뚤어진 세상에 던지는 진실적인 변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단편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는 “요새 법나무에는 법이라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던가”라는 질문으로 끝맺는데, 이는 법치국가의 법이 땅에 떨어진 현실에 빗대 독자들이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동안 트위터를 통한 글쓰기에 전념해 왔던 그는 “예술가가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드는 방부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은 변함이 없다”면서 “이제 가치가 전도되는 걸 수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느끼기에 문명 비판, 사회비판적 작품들을 묶었다”고 말했다.

올 1월 1일부터 7일까지 단 일주일 만에 표제작을 탈고했다는 그는 “어떤 단편은 1∼2개월이나 걸리기도 하지만 ‘파라호’ 같은 작품은 단 열흘 만에 썼다”면서 “이는 140자로 제한된 트위터 글쓰기를 내 습작공간으로 활용한 덕분이며 (언어의) 살코기만 골라서 내놓는 트위터에서 트레이닝을 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다음 작품으로 물 위를 유유히 걷는 미소년 5명의 이야기를 5권의 소설로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 가운데서 물 바깥을 본다는 설정에 현실감을 입히고자 최근 중고 요트까지 사들였지요. 내가 사는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 인근 파로호에 요트를 띄워 놓고 그 위에서 작업할 계획입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