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도 있었는데… 경찰 ‘맘상모’ 농성 과잉 대응 논란
입력 2014-03-26 04:01
임대료가 2개월 밀렸다는 이유로 전 재산을 들인 점포에서 쫓겨나 천막농성을 하던 서울 서대문구 카페 ‘분더바’ 임차상인 김인태(53)씨 부부가 25일 경찰에 연행됐다(국민일보 3월 24일자 7면 참조). 이들을 지원하며 경찰의 천막 철거를 막던 전국상가세입자협회(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 등 9명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오전 8시20분쯤 경찰 100명을 투입해 김씨가 분더바 앞에 설치한 천막을 철거했다. 김씨 부부와 세입자협회 회원 등 11명은 건조물 침입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김씨 부부 등은 조사를 받고 오후 3시30분쯤 풀려났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형사 입건을 검토 중이다.
철거 당시 천막 안에는 김씨 부부를 도우려고 온 임신 5주 박모(35)씨가 앉아 있었다. 박씨는 “수많은 경찰이 둘러싸고 있어 사고가 날까 두려워서 119에 전화한 뒤 ‘임신부다. 나가게 해 달라’고 했지만 경찰이 길을 터주지 않았다”며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경찰이 무작정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박씨가 임신부라며 스스로 걸어나가겠다고 해 호송차로 안내했다”며 “호송차 안에서도 박씨에게 병원에 갈 의사가 있는지 여러 차례 물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119구조대 역시 ‘응급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자체적으로 철수했다’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 철거 과정에서 세입자협회 권구백 대표 등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세입자협회와 전국‘을’살리기비대위, 참여연대는 서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임차상인들은 목숨을 걸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며 “임차상인이 영업권 권리금 주거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법제를 정비하라”고 촉구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