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울린 안중근 서거 104주년 추모예배
입력 2014-03-25 17:59 수정 2014-03-26 03:31
“대한독립군 의병장 안중근 장군의 사형은 국제법상으로 원천무효이며 일본 사법부의 테러입니다.”
안중근(1879∼1910) 의사 서거 104주년을 하루 앞둔 25일 대한민국국토수호교회 박세환(59) 목사는 서울 종로구 율곡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 열린 추모예배에서 이렇게 외쳤다. 박 목사는 안 의사를 장군이라 불렀다. 독립군 의병장이므로 장군이라 부르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날 추모예배는 애국가를 부르며 시작됐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노랫말이 울려 퍼지자 이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찬송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을 힘차게 찬양하기도 했다.
추모예배 도중 박 목사는 일본 정부에 안 장군의 재판 기록과 암매장 장소 공개, 유해 송환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낭독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상 포로로 대우하지 않고 재판관할권이 없는 일본이 재판을 진행, 사형까지 집행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안 장군의 삶과 죽음이 우리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11년째 이 자리에서 기도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이곳에서 기도회를 갖고 저녁까지 자리를 지킨다.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 소녀상을 틈틈이 청소하는 것도 박 목사가 하는 일이다.
박 목사가 시위에 나선 것은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때문이다. 극우 정치인들이 잇달아 참배하면서 침략의 야욕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 목사의 생각은 단호했다.
“지난 1월 중국 하얼빈에 안중근의사기념관이 들어서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라고 망언을 했지요. 심지어 지난달 일본총리까지 안 장군을 ‘사형판결을 받은 인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안 장군은 군인신분으로 우리나라를 침략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이지 무고한 일본인에게 해를 끼친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교회는 재판 기록 및 암매장 장소 공개, 유해 송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일본 재판부에 낼 계획이다. 박 목사는 “우리가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안 장군 같은 숭고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교회가 안 장군의 정신함양과 명예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