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기도자 살린 경찰의 기지

입력 2014-03-26 02:04

경찰관들의 기지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시민을 살렸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상봉파출소 장양근(33) 경장과 채동희(26) 순경 등 직원 5명이 발 빠른 현장 응급조치로 자살 기도자를 구했다고 25일 밝혔다.

장 경장 등은 24일 오후 8시55분쯤 서울 중랑구 면목2동의 한 주차장에서 박모(42)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박씨는 주차된 화물차를 밟고 올라가 건물 2층 높이의 가스배관에 목을 맸다. 이를 발견한 시민들이 급히 박씨를 끌어내렸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었다. 현장은 주민 30여명이 몰려들어 혼잡했고 박씨 아내는 울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경찰관들은 주저 없이 응급조치를 진행했다. 장 경장이 박씨의 가슴팍을 눌러 흉부압박을 실시하는 동안 채 순경은 인공호흡을 했다. 다른 경찰관들은 이들이 방해 받지 않도록 현장 정리에 나섰다.

이를 지켜보던 한 주민이 경찰의 요청으로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를 건 뒤 상대방 음성이 크게 흘러나오도록 스피커폰 모드로 바꿨다. 경찰관들은 전화로 구급대원의 지시를 들으며 응급조치를 진행했다.

현장에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20분에 걸친 응급조치 덕에 박씨는 무사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뇌에 산소 공급이 조금만 더 끊겼다면 불구의 몸이 될 수 있었다.

인공호흡을 실시한 채 순경은 지난해 8월 임용돼 이날 처음 파출소에 배치된 ‘신참’이다. 채 순경은 “중앙경찰학교에서 배운 대로 했을 뿐”이라며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