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먹은’ 러시아… 경제 위험신호

입력 2014-03-26 04:01

러시아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서방은 이런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강력한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며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러시아를 주요 다자외교 체제에서 배제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렸지만 러시아는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4일(현지시간) 올해 러시아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최대 1300억 달러(약 140조335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이탈 자금 630억 달러의 배가 넘는 액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제로(0)’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은 러시아가 주요 8개국(G8)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헤이그 선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릴 예정이던 G8 정상회담은 사실상 취소됐다.

서방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계속할 경우 국제사회가 공조해 더 가혹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백악관 고위관리는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가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 결과는 러시아에 훨씬 가혹할 것이라는 점에 정상들이 의견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경제 관료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안드레이 클레파치 러시아 경제차관은 “이제까지 나온 제재들이 러시아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았지만 국제관계가 악화되면서 경제에 압박이 되고 있다”며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된 자본 유출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라인에서는 애써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헤이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G8 체제에 전혀 연연하지 않으며 회의가 안 열려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 고위인사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경제, 정치적 수단을 통해 러시아에 영향을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군사 대결을 벌일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보·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크림공화국이 러시아에 넘어간 것은 미국이 러시아의 의도와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크림공화국에 소수 정예 병력을 침투시키는 동안 미국은 러시아 현지 군의 동향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과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대행은 헤이그에서 별도 회담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후 처음이다. 이들은 양국 간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