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015년 종전 70년 총리 담화 검토… ‘과거사 책임 희석’ 가능성
입력 2014-03-26 02:36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는 내년에 새로운 총리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과거 식민지 침략 등을 인정한 역대 총리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덧붙였지만 현 정권의 그간 행보로 볼 때 어떤 식으로든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희석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신조 정부는 25일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서에서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의 담화와 전후 60주년인 2005년 발표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담화를 전제로 전후 70주년 총리 담화 발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거론된 새 담화 발표 가능성과 관련해 정부가 공식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새 담화를 내놓을지 말지 따져보겠다는 얘기지만 아베 내각은 이미 담화 발표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미래지향적인 담화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답변서에서도 “해야 할 시기에 21세기에 걸맞은 미래지향의 담화를 발표하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는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다. 아베 정부가 말하는 ‘미래지향적 담화’는 과거사로부터의 자유를 뜻할 여지가 많다. 정부는 답변서에서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모두 계승하고 있다”고 했지만 새 담화의 내용을 보장하는 말로 보기는 어렵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아베 정부의 대외적 발언과 실제 행동이 일치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민당 총재(아베 총리) 특보인 하기우다 고이치 중의원은 한·미·일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정치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의원인 에토 세이이치 총리 보좌관은 지난해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실망했다는 미국에 “실망한 건 우리”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유포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