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계, 캄보디아 노동자 눈물 닦아준다
입력 2014-03-26 03:38
한국 교계가 캄보디아 노동자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영등포산선)는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시위 중 경찰의 발포와 강경진압으로 부상당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모금 캠페인을 벌인다고 25일 밝혔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남부 공단지역에서 당시 5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95달러에서 160달러로 올려 달라’는 요구를 내걸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캄보디아 정부는 공수부대까지 동원해 진압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5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고 캄보디아에 하도급을 주는 다국적 의류기업을 향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영등포산선 협력 선교사가 현지에서 만난 노동자 힙 라디(20·사진)씨는 이 사건으로 왼쪽 팔에 영구 장애를 입었다. 시위 둘째 날 라디씨가 머물던 숙소로 갑자기 총탄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 가운데 두 발이 라디씨의 가슴과 왼쪽 팔의 뼈에 박혔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라디씨는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더 이상 공장에서 일할 수 없게 됐다. 총알이 왼쪽 팔의 뼈를 산산조각 냈기 때문이다.
라디씨는 지난해 10월 소천한 어머니의 치료비로 인한 빚과 역시 투병중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프놈펜 카나디아 공단 내 봉제공장에 취직했다. 라디씨가 받는 80달러의 월급은 그는 물론 그의 가족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벌 수 없게 됐다. 지난 19일 한국인 선교사를 만난 라디씨의 부친 힙 콧(51)씨는 “힘이 있으면 딸도 치료해 주고 싶고, 저도 병원에 가볼 텐데 지금은 도저히 그럴 처지가 못 된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영등포산선은 지난달 피해자들이 소속된 캄보디아노총(CLC)을 방문해 이 같은 사정을 파악하고 모금활동을 약속했다. 지난달에는 장신대 평학생회가 산선에 기부금을 전달했고, 부산 아시아평화인권연대도 모금활동에 동참키로 했다(02-2633-7972).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