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입력 2014-03-26 02:16
나로 사는 즐거움/스테이시 엘드리지 지음,김진선 옮김/아드폰테스
초등학생 남매를 둔 한 엄마와 며칠 전 ‘카톡방’에서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지난주 학부모 총회가 있어 학교에 갔는데, 엄마들이 어찌나 젊고 예쁘고 날씬한지. 문득 애 둘 낳고 20㎏이나 찐 내가 싫더라고요. ‘엄마는 뚱뚱해’라고 큰애가 무심코 한 말이 이젠 농담처럼 들리지 않고 상처가 돼요. 정말 거울 보기 싫다니까요.”
생각해보니 같은 여자요, 엄마인 기자 역시도 이런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살과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살만 빼면 더 예뻐지고 그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책에 손이 갔다. ‘자존감, 외모, 과거의 문제에서 자유케 하는 하나님의 도우심’이란 부제에 꽂혔다. 이기복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사탄은 세상적 잣대로 열등감과 비교의식을 넘어 우리의 자존감을 왜곡하고 좌절시킨다. 이 책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을 용납하고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하나님 나라를 속히 완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추천했다. ‘나로 사는 즐거움’은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는 미국 복음주의기독교출판협의회 영성부문 골드메달리언상을 수상한 남편 존 엘드리지와 함께 부부 작가로 활동 중이다. 부부는 베스트셀러 ‘사랑과 전쟁’ ‘매혹’을 공동 집필했다. 저자가 전작들에서 여성들의 마음과 욕망, 본질이나 부부 갈등에 대해 남편과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면, 이 책에서는 변화를 꿈꾸는 크리스천 여성들을 위해 다소 껄끄러운 자신의 삶까지도 온전히 고백한다.
책은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방문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며느리로 시댁 식구를 맞는 불편함을 토로하며 여성들로부터 소소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첫 장부터 뚱뚱했던 자신이 싫고 통제되지 않는 식탐으로 괴로웠던 과거를 들춰낸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예수님을 영접하고 기도로 모든 상황을 이겨낸 과정 등을 전한다. 30대 중반, 결혼 11년차에 세 아이의 엄마로 상담받은 과정도 털어놓았다. 상담을 통해 패션계에 종사했던 부모로부터 일찍이 다이어트를 강요받았고, 부모의 불화와 외모 콤플렉스로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지 못해 자기혐오, 온갖 중독에 시달렸음을 깨닫는다.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내 인생은 쓰레기나 마찬가지였다. 마음은 너덜너덜 찢겨져 있었다. 누구도 아닌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나는 주님께 내 필요를 아뢰고 원하신다면 내게 와달라고 구했다. 엉망진창인 모습이었지만 내 인생을 의탁했고 그분은 그 요청에 그대로 응해주셨다.”(17쪽)
저자에게 있어 변화의 핵심은 마음먹기다. ‘당신은 분명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주님은 지금 우리 모습에 실망하시지 않는다. 우리는 실망할지 몰라도 그분은 그렇지 않다.”(27쪽) 하나님은 저자의 몸을 바꾼 게 아니라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주셨다. 변화란 결국 자신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용기를 갖고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들과 대면할 것을 저자는 촉구한다.
또 책에는 여성, 어머니로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난관들에 대한 해법도 들어 있다. 호르몬에 따른 기분 변화와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에 대응하는 법, 여성들과 우정을 가꾸는 법, 양육자요 보호자로서의 어머니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크리스천 여성들에게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 조언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공감하게 한다. 그렇게 스스로 자존감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저자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모든 여성은 사랑받고 선택받기를 갈망한다. 누군가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기를 갈망한다. 이런 갈망이 우리 내면에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 있는지 생각해보라. 그러면 하나님의 마음에 대해 정말 핵심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하나님께 자발적으로 우리 사랑을 드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 인생의 모든 선한 일을 하게 만드는 불씨와 같다.”(270쪽)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