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칠 공부 책보다 장난감 칼이 창의성 키워준다”… 김윤정씨의 ‘아이 잘 키우는 법’
입력 2014-03-26 02:12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색칠 공부 책은 버리고, 장난감 칼을 쥐어 주세요.”
꽃샘추위가 꼬리를 감추던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난 어린이 책 편집 기획자 김윤정(38)씨는 부모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림은 창의성을 발달시켜 좋지만, 장난감 칼은 폭력성을 강화해 나쁜 것 아닌가?
“선을 따라 그대로 색칠해야 하는 색칠 공부 책은 아이들의 창의성 발달에 도움이 안 됩니다. 외려 스트레스만 줄 뿐이죠. 장난감 칼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공격성을 안전하게 방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김씨는 자신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색칠 공부 책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아홉 살인 아들(박도현)이 어렸을 때 도무지 색칠 공부 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었다고. 지난해 봄 전문가 강연을 듣고서야 공연한 걱정을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문가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 주고 자신감을 잃게 하는 색칠 공부 책보다는 아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면지를 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잘 키울 욕심에 회사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데 정작 좋은 장난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삼아 장난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담은 책을 기획했다. 최근 가톨릭대 심리학과 정윤경 교수와 함께 펴낸 ‘장난감 육아의 비밀’이다. 이 책에서 김씨와 정 교수는 장난감을 포함해서 아이를 크게 키우는 물건과 망치는 물건 33가지씩을 추천하고 있다.그 이유를 자세히 곁들여서.
색칠 공부 책과 함께 아이들에게 글자와 숫자를 가르치는 데 효과적인 플래시카드, 스티커 등이 아이를 망치는 장난감으로 분류돼 있어 눈길을 끈다. 아이들의 왕성한 호기심을 잃게 하거나 두뇌 발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좋은 장난감이라도 너무 많으면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장난감이 많으면 아이들은 이거 잠깐, 저거 잠깐 만졌다 놓게 된다. 그러면 집중력이 분산될 뿐이란다. 또 심심할 틈도 없어 주변을 탐색하고 뭔가를 하려고 시도하지도 않는다고. 장난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이들과 같이하지 못하는 대신 장난감을 잔뜩 사다 안기는 경우가 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귀담아들어야겠다.
“장난감이 없으면 갖고 놀 만한 게 없나 기웃거려보고 저 물건은 뭐할 때 쓰는 건가 궁금해 하기도 하지요.”
유아기 때 도현이가 제일 좋아한 장난감은 엄마 스카프였다고. 엄마가 얼굴을 가렸다 보여 주는 까꿍 놀이를 즐겼다. 조금 자라선 빨대, 작은 막대기, 운동화 끈이 ‘베스트’ 장난감이었다. 빨대로 집을 짓고, 막대기로 칼싸움 총싸움도 하고, 끈으로 묶고 풀기 놀이를 했다. 요즘은 끈으로 실뜨기 놀이하기를 엄마와 즐긴다.
“장난감을 사줄 때는 아이가 원하는 것 중에서 도움이 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봤지요. 아무리 유익해도 도현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 사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키우는 집에 한두 벌 있게 마련인 두뇌계발용 고가의 교구들이 김씨 집에는 없다.
올 2월에 출판한 책이 벌써 3쇄를 찍을 만큼 학부모들에게 사랑받으면서 김씨는 슬며시 걱정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좋다는 장난감을 갖고 놀기를 강요하면 어쩌나 싶어서”다. 무엇이 좋다면 우르르 쫓아 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열성(?)을 알기 때문이리라.
“장난감을 고르고 놀 땐 아이가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김씨는 그 원칙을 지킨 결과 도현이가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는 아이로 자랐고, 과외나 학습지를 시키지 않았는데도 학교 성적도 우수하다고 슬며시 자랑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