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동욱 관련 청와대 해명 의혹만 증폭시켜
입력 2014-03-26 02:41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에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총무비서관실 외에 교육문화수석실과 고용복지수석실까지 개입한 정황이 검찰수사 결과 새로 드러났다. 청와대의 모든 조직이 총동원 된 듯한 모양새다. 적어도 이들 조직을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지휘·조종할 수 있는 권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내부전산망을 통해 채 전 총장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의 주소지와 가족관계 등을 열람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간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 개입정황을 포착했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도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통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받고 있는 채모군의 초등학교 학적부 등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미 알려진 서울 서초구청 간부의 채군 가족관계등록부 무단조회, 일선 경찰관의 채군 모자 주민등록번호 및 주소지 조회도 6월에 이뤄졌다. 국가정보원 대선여론 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전후한 미묘한 시점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한 채 전 총장을 낙마시키기 위한 컨트롤 타워가 있었다는 관측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의혹이 커지자 청와대는 24일 “지난해 6월 하순 당시 채 총장의 처를 자처하는 여성과 관련된 비리첩보를 입수해 그 진위를 확인하려고 경찰과 관련 비서관을 통해 관련자 인적사항 등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해명은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키웠다. 우선 채 전 총장 혼외아들 의혹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지난해 9월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설명과 배치된다. 당시 이 수석은 “언론 보도 이후 사실 확인 차원에서 감찰에 착수했을 뿐 보도 전 민정수석실에서 어떤 확인작업도 벌인 바 없다”고 했었다. 이 수석의 해명이 반드시 있어야 할 대목이다.
청와대 설명대로 정상적인 감찰이라면 계좌정보와 통화내역 등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한 개인정보를 제외하곤 기관 간 공문을 통해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채 전 총장 조사가 비밀리에, 그것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는 건 대중에게 공개돼서는 안 될 뭔가가 있다는 얘기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돼있다.
청와대 관련자들은 당당하게 검찰조사에 임해라. 떳떳하다면 회피할 이유가 없다. 청와대와 검찰은 청와대 관련자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재수사 끝에 진실이 밝혀진 이명박정부 시절의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핵심권력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던 그때의 전철을 밟는 일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