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야당의 무공천 둘러싼 내분 볼썽사납다

입력 2014-03-26 02:31

야권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기초선거 무(無)공천 여부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가장 큰 통합 명분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논란을 빚는 것은 통합신당 내 세력다툼 성격을 띠기 때문에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침묵을 지켜 온 문재인 의원이 기초선거 무공천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데 대해 같은 친노 진영의 박범계 의원이 동조하고 나섰다. 이에 김한길 대표와 안 의원이 무공천 방침을 재확인했으나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란은 통합을 주도한 김한길·안철수 세력과 친노세력 간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정당 내 건전한 의견대립은 결코 나쁜 게 아니다. 정책에 관해서는 오히려 치열하게 논쟁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저급한 권력다툼이다. 대선을 3년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 논리로 싸움박질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민주당이 새누리당과의 차별화 차원에서 진통 끝에 당론으로 정했던 사안이다. 급기야 안 의원과의 통합 명분으로까지 삼았던 것을 이제 와서 백지화하자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더구나 문 의원이 대선 때의 자기 공약을 앞장서 파기하겠다는 것은 후안무치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지금 와서 뒤집으면 국민들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할 만도 하다.

문 의원의 발언은 최근 안 의원과 친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의원으로서는 크게 마음 상할 만한 발언이다. 차기 대선 후보감인 문 의원과 안 의원 측 발언이 너무 뜬금없는 데다 거칠어 국민들한테 볼썽사납게 비쳐진다. 두 사람은 누가 뭐래도 통합신당의 귀중한 자산이자 최고 실력자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모양새가 불가피하겠지만 상호 경쟁은 반드시 국리민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