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땅 아프리카에 희망을] (4·끝) 또 다른 고통, 기생충 위협

입력 2014-03-26 03:43


더러운 물 마시고 기생충 감염

아프리카를 병들게 한다


아프리카 우간다의 한 마을. 발이 퉁퉁 부은 소녀가 힘겹게 대문을 나선다. 그러나 몇 걸음 못 가 이내 되돌아온다. 삐쩍 마르고 여린 몸과는 어울리지 않게 크고 둔탁한 발은 마치 코끼리의 발처럼 크다. 하지만 마을 사람 어느 누구도 소녀에게 ‘코끼리 발을 가진 아이’라고 놀리지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발,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 몸의 곳곳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삐쩍 마른 아이들이 배만 부풀어오른 모습’이다. 이는 오랜 영양 부족으로 생기는 기아부종이지만 상당수는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이기도 하다. 물 속에 서식하는 기생충이 사람들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혈관에 수백 개의 알을 낳고 살면서 몸속에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이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예방과 치료 모두 어렵다는 것이다. 치료약이 없거나 난치병이라서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 발병되었는지, 무엇 때문에 아픈 것인지, 앞으로의 진행과정은 어떠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치료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프리카 환자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자 숙제다.

기생충의 습격, 아프리카 일상이 되다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은 이미 아프리카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는 식수와 생활용수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폐수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더러운 물을 마시고 씻다 보면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곳에서 살펴보면 기생충의 종류도 어마어마하다. 사람의 피부와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가 10∼20년을 살다가 새로운 숙주를 찾기 위해 다시 피부를 뚫고 나오는 메디나충도 있다.

또 사람의 몸 속 림프절에 사는 동안에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죽은 후 기생충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단백질이 혈액 속으로 분출되면서 격렬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 림프절과 림프관에 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림프사상충도 발견된다.

이렇게 생명을 위협하는 림프사상충에 감염되면 림프관에 염증이 생기면서 심한 통증을 동반하고, 팔이나 다리가 심각하게 붓는다. 여기에 세균 감염 및 섬유질 축적 등의 원인들이 겹쳐 팔이나 다리가 두꺼워진 상태로 그냥 남은 여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사람의 혈관에 하루에 수백 개의 알을 낳고 살다가 점차적으로 방광과 간을 망가뜨려 각종 암을 유발하는 기생충, 실명을 야기하는 기생충 등 건강을 위협하는 기생충의 종류와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아프리카 열대기후의 특성상 적절한 예방책을 찾을 수 없어 오늘도 아프리카 사람들은 기생충으로 심하게 고통받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이 극심한 데에는 비위생적인 식수 및 보건환경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한다. 앞서 밝힌 것처럼 더러운 물을 마시고 씻다가 자신도 모르게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도 많고, 모기에 물려 전염되는 경우도 많다.

후자의 경우 모기가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는 사람을 문 이후에 다른 사람을 물면 그 사람에게도 기생충이 감염되는 무차별적인 전염성을 갖고 있어 예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기생충에 감염된 후부터 발병까지의 시간이 천차만별인데다 때로는 몇 년 이상의 잠복기가 있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끼더라도 원인을 찾아내기보다는 유전적인 질병으로 오인하거나 방치하게 된다.

소외열대질환(NTD) 퇴치를 위하여

이제 더 이상 선진국에서는 발병하지 않고 빈곤국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질병들을 가리켜 소외열대질환(NTDs, Neglected Tropical Diseases)이라고 부른다. 기생충으로 인한 각종 질병도 이에 해당한다. 식수와 생활용수, 폐수처리시설이 분리되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고 적시적인 보건의료체계가 정비되어 있다면 기생충으로 인해 신체의 일부 기능을 잃고 더 나아가서 생명까지 잃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굿피플은 현재 아프리카 케냐, 우간다 등 곳곳에 보건소를 건축·운영함으로써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치료약 보급을 실시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우물과 각 가정들을 대상으로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수도시설을 개선해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

또한 굿피플 지부를 통해 마을 사람들에게 보건인식 개선교육을 실시해 기생충에 감염된 이들이 치료 시점을 놓쳐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덧붙여 모기장을 보급해 모기로 인해 기생충이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건강한 아프리카를 만들어주세요

50년 전, 우리나라도 기생충으로 인해 몸살을 앓았던 적이 있다. 각 가정마다 가족 수대로 동시에 회충약을 먹기 위해 정기적으로 약국을 방문했던 경험을 5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기생충이 크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것처럼 아프리카의 이웃들 또한 가까운 미래에는 기생충으로 인해 신음하지 않아도 될 날이 올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그 사랑과 헌신에 동참하는 사순절 기간이다. 우리가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인구의 6분의 1인 10억여명이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소외열대질환으로 힘겨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약 한 알이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에 방치되어 부푼 배와 코끼리 발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아프리카의 이웃들. 월 3만원이면 그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안전한 모기장을, 든든한 보건소와 방역 활동을 선물할 수 있다.

가난하고 굶주린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예수님의 마음처럼 건강한 아프리카를 만드는 일에 모두 힘써야 할 때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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