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폴리 현숙 (15·끝) 내 인생의 실패도 성공도 모두 주님 작품이시니…

입력 2014-03-26 02:24


폴리 목사는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묘사를 이렇게 한다. “이 사람은 내가 머리의 방향만 바꾸어 놓으면, 그 한 곳만 쳐다보고 열심히 뛴답니다. 내가 방향을 바꿀 때까지.” 내 나이 이제 54세. 남편 말대로 방향만 잡히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지난 30년 인생은 사건이 많았던 것 같다.

내 힘으로 살 때는 머리를 굴리고 발버둥도 쳐 보았지만, 하나님이 없는 삶의 방식은 처절한 결과를 낳았다. 성공한 패션 사업가였을 때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건강을 잃으면서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그때 삶의 허무함을 느끼고, 나의 한을 달래려고 어린시절 꿈꾸던 무용도 해 보았다. 마지막 인생을 춤에 걸려고 했다. 무용 시작과 동시에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공부도 했고 인간 무형문화재 전수자가 되었다. 그러나 무용계와 학계의 생리는 나에게 또 다른 상처와 실망을 가져다주었다.

결국 하나님께 돌아오면서, 내가 그동안 겪었던 슬픔과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바로 내 인생의 그림을 그리는 붓을 하나님께 그리시라고 내어 드렸다. 그랬더니 하나님은 예전의 수치와 실패들까지도 다 포함해서 내 그림을 걸작품으로 만드시고 있다. 그 그림에는 나의 이혼도 포함돼 있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난 이혼사실을 밝힌다. 하나님이 나의 미련하고, 약하고, 천하고, 멸시 받는 과거 때문에 나를 선택하셨다고 믿기 때문이다(고전 1:26∼28).

그동안 이혼을 경험한 한국 목사들과 사모들을 여러 번 보았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있다가 문제가 부각되니 조용히 재혼하던 목사도 있었다. 어떤 사모는 자신의 이혼경력을 완벽히 숨기고 살기도 한다. 정상적인 목사부부인데 이혼한 부부보다도 더 냉랭한 관계로 사는 분들도 보았다. 이혼율이 높은 한국에서 하나님은 이들의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시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싶으실 것 같다.

프라소 세미나를 하면서 한국의 많은 영혼들이 아파하는 것을 보았다. 몸만 함께 하고 마음은 냉랭한 부부, 아이들 문제와 재정으로 갈등이 쌓인 재혼부부 등, 그들은 달리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희망 없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 목회자 부부가 먼저 치유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 그러면 한국교회는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

하나님이 그리시는 나의 그림에는 폴리 목사가 빠질 수 없다. 그는 하나님이 그리시는 나의 그림을 벌써 본 사람 같다. 그를 만났을 때 나는 기본적인 요리밖에 못하는 병약한 사람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희망이 없어 보였을 텐데, 그는 나에게 “당신은 요셉입니다. 하나님이 크게 들어 사용하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후에도 여러 번 또 다른 예언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나를 상담학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마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나를 한국에 보낸 것은 대단한 희생이다. 그렇게 나는 전에 상상치 못했던 모습으로, 그가 예언한 모습대로 그려지고 있다.

역경의 열매는 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북한 분들을 포함한 소외된 사람들과 울고 웃으면서 조용히 살려고 한국에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은 그것이 그의 기도응답이라고 했다. 역경의 열매는 약한 자를 택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사람들의 걸작품 전시회 같다. 기회를 주신 하나님과 국민일보에 감사드린다.

정리=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