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법원, 무르시 지지자 529명 사형 선고

입력 2014-03-25 04:01

이집트 법원이 지난해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백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이집트 국영 나일TV 등 현지 언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남부의 민야지방법원은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무르시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회원을 포함해 모두 529명에게 사형을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사법부 역사상 이같이 집단 사형 선고가 내려지기는 처음이다.

법원은 사형 판결을 내린 구체적 근거는 설명하지 않았다. 선고 직후 무르시 지지자 일부는 이번 선고에 반발해 거리에서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국영TV는 전했다.

이들 피고인 대다수는 지난해 8월 14일 군인과 경찰이 카이로 라바광장에서 무르시 지지파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이 숨지자 이에 경찰관과 경찰 시설을 겨냥해 항의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이집트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경찰관 1명 살해와 다른 경찰관 2명에 대한 살인미수, 경찰서 습격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전체 피고인 545명 가운데 529명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으며 법정에는 123명만이 출석했다. 도주하거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나머지 피고인들은 법정에 나오지 않은 채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사법부의 한 소식통이 전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지난 22일 첫 재판이 열리고 나서 두 차례 공판 끝에 선고가 내려졌다”며 “제대로 변론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집트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오는 6월 전후로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군부가 무슬림형제단에 사전 경고를 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부 반대 입장을 보인 수백명을 집단 사형으로 처단하려는 목적보다는 대선을 방해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정치적 사법 결정이라는 의미다. 실제 이번 판결이 군부 최고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부 장관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에 앞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