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아킬레스건까지 공개 거론 ‘文-安 정면충돌’
입력 2014-03-25 03:03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4일 서로의 정치 행보를 비판하며 충돌했다. 문 의원은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당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 의원은 지난해 벌어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거론하며 “매일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각자 다른 장소에서 던진 발언이지만 상대의 정치적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문 의원은 부산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새누리당에서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민주당만 무공천할 경우 일방적인 선거결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상황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확정하는 것은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며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공천이 필요한 이유를 당원들에게 설득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 측은 “무공천 번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당원들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없었으니 여러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자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근 당내에서는 기초선거 무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때문에 문 의원이 무공천 재검토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의원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무공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전 당원 재투표 요구=무공천 재검토’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문 의원은 이번 발언으로 기초선거 무공천을 주장하고 있는 안 의원과 대립각을 세웠고, 향후 당내에서 무공천 재검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면 안 의원은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의 부당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오전 제주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지금도 생각나는 순간”이라며 “본회의장 전광판을 보니 (반대표인) 빨간불은 몇 명 안 되고 대부분 파란불로 뒤덮였던 그 순간이 사실 정치하면서 매일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부터 해결한 다음 다른 이슈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두고두고 국익을 해칠 거라고 생각해 반대표를 던졌다”며 “그런데 (여야) 양당의 당론으로 어처구니없이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그 모습을 보면서 혼자만 생각한다고 세상을 바꿀 수 없고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구나 느끼고 깨달았다”며 “신당 창당 제안을 받았을 때 새 정치를 이룰 수 있는 다시 오지 않을 큰 기회라 생각하고 가슴이 이끄는 대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 대화록 공개를 주도한 문 의원과 친노(친노무현)계를 비판하는 동시에 자신이 통합신당 창당에 합의한 이유 중 하나로 친노계의 정치 행보를 거론한 것이다.
양측은 “원론적인 이야기” “평소 생각을 말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창당을 앞두고 서로에 대해 불편한 속내가 드러난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벌어질 치열한 경쟁과 충돌의 예고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