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이모저모] 朴 대통령 ‘제2 체르노빌’ 언급… 북핵 국제여론 환기

입력 2014-03-25 04:01 수정 2014-03-25 15:30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북한 핵 문제였다. 지지부진한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이제는 국제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가 하면 북한 핵개발 시설이 밀집된 영변 지역이 ‘제2의 체르노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 여론을 환기시켰다.

박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헤이그 월드포럼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을 어기고 핵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3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재앙이 (북한 핵물질에 의한) 테러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 핵 프로그램이 모든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다.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폐기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참석 직전인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네덜란드 NOS 방송과 가진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세계의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와 같이 만들어 여기서부터 핵무기 없는 세상이 시작된다는 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힘을 모으면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구상으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를 언급한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상의 구상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실현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자연스레 한·미동맹 강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하루 종일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을 가진 뒤 양국 간 워킹홀리데이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곧바로 알렉산더르 빌럼 국왕이 초청한 오찬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오찬 행사에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든 거스 히딩크 감독과 PSV 아인트호벤 소속 축구선수 박지성씨, 암스테르담 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김지영씨 등이 참석했다. 3년 전 양국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을 때 만났던 베아트릭스 전 여왕도 자리를 지켰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본회의장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과 조우했다. 오랜만에 만난 오바마 대통령과는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4월 방한 일정 등을 화제로 잠시 대화하기도 했다.

헤이그=신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