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 확인 한·중 정상회담] 북핵 대처부터 FTA까지… 양국 현안 막힘없이 논의

입력 2014-03-25 03:56


한·중 정상은 취임 후 네 번째로 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2분가량 회담을 했다. ‘밀월’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핵 문제 공동대처 방안에서부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의 양국 현안을 막힘없이 논의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문제였다. 시 주석은 “중국은 북핵 보유를 확실히 반대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남북 양측이 최종적으로 자주적·평화적 (남북)통일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토록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북한 스스로의 자주적 통일에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실질적 비핵화 진전 가능성이 보장된다면 6자회담 재개를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묘한 차이지만 ‘전제’를 훨씬 완화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계획을 알리며 “통일된 한반도가 평화의 상징이자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고, 시 주석은 “한국 측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한·중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와 전략대화 틀이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도 한·중 관계의 견고함을 사전에 상기시킨 것이다. 본인이 시 주석의 숙소 호텔로 찾아간 회담 형식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6·25 참전 중국인민군 전사자 유해 반환 결정에 감사를 표했다. 또 “시안시에 있는 광복군 주둔지에 기념 표지석을 적극적으로 건설하고 있고, 조만간 준공돼 제막할 것이다. 제막된 뒤 한국 국민들이 많이 와서 봐줄 것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의 과거사 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개인적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비록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대일 스탠스에서 이미 서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헤이그=신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