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상서 어선 화재 6명 숨지고 1명 실종

입력 2014-03-25 04:03


제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24일 오전 1시30분쯤 제주 차귀도 남서쪽 108㎞ 해상에서 조업하던 추자 선적 유자망 어선 성일호(38t)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선원 9명(한국인 4명, 인도네시아인 5명) 중 누리딘(36)씨 등 인도네시아 선원 5명과 한국인 선원 이형수(44·제주시 한경면)씨 등 6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한국인 선원 전기철(49·충남 보령)씨는 실종됐다. 선장 김모(36·제주시 추자면)씨와 선원 이모(49·서울시 은평구)씨는 제주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불은 조타실에서 시작됐다. 선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을 끄려 했지만 조타실 상단으로 삽시간에 불길이 번지면서 진화에 실패했다. 화재가 난 어선은 18년된 강화플라스틱(FRP) 선박으로 알루미늄 선박보다 화재에 매우 취약했던 점도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이 됐다.

화재 발생 5∼10분 뒤 선원들은 선장 김씨의 지시에 따라 모두 구명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선장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급했다. 뒤쪽에 가스통이 있으니까 그게 터지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선원들에게 빨리 바다에 뛰어들라고 재촉했다”며 “일단 바다에 뛰어들면 다른 배들이 왔을 때 구조괼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장 김씨는 구명복 없이 마지막에 뛰어내려 스티로폼에 몸을 의지해 구조를 기다렸다. 선박은 화재 발생 6시간 후인 오전 7시17분쯤 침몰했다.

해경은 당시 화재로 통신장비가 고장나 곧바로 해경에 신고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화재 당시 인근에서 조업하던 어선도 없어 화재 발생 3시간25분이 지난 4시55분이 돼서야 사고 지점을 지나던 고려호가 발견, 제주어업정보통신국에 신고했다.

뒤늦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주해경 1505함이 6시5분쯤 현장에 도착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사고 발생 6시간 후인 오전 7시30분이 돼서야 선원 3명은 인근 어선에, 5명은 1505함에 구조됐다.

해경은 “신고가 늦어져 선원들이 오랜 시간 물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저체온증과 폐에 물이 차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은 부검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또 열대지방인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경우 한국인 선원보다 추위에 약하고, 승선경험 부족으로 바다 조업에 익숙지 않아 한꺼번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선장 김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사망한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대사관에 통보해 시신을 본국으로 보낼 예정이다.

제주도와 제주시는 합동으로 제주시수협에 상황대책본부를 설치, 사고를 수습하는 한편 사망자의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