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쫓겨나는 임차상인들] 권정순 변호사 “상생 건물주에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검토해야”

입력 2014-03-25 02:24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상가임대차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해 왔다. 권리금 임대료 계약기간 등 상가임대차 실태를 조사하며 임차상인 보호 방안을 모색했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권정순 서울시 민생경제자문관(변호사)은 23일 “임차상인들이 점포를 마음껏 거래할 수 있어야 권리금 문제가 해결된다”며 “당장은 건물주와 임차상인의 갈등 조정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신촌 건물주들의 상생 협약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건물주의 양보를 공공영역에서 보전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대통령까지 나섰는데 여전히 삶의 터전에서 속수무책 쫓겨나는 임차상인이 많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단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과 환산보증금 보호 범위를 법무부 장관 대신 시도지사가 지역 실정에 맞게 조례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 선출직 시도지사와 법무부 장관 중 임차상인 고충을 누가 더 잘 헤아리겠나. 고비용 법정 분쟁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건물주와 임차상인 사이에서 중립적으로 중재하는 갈등조정관 같은 제도도 필요하다.”

-서울시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 이내로 제한하자고 주장했는데.

“통상 임대차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현행 인상률 상한선은 9%다. 1년에 9%씩 올리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경제가 팽창할 때면 몰라도 저성장 시대에 9%는 웬만한 임차상인이 버티기 어려운 수치다. 대다수 선진국은 임대료 인상률을 물가와 연동시키고 있다.”

-임차상인에게 점포 양도·양수권을 줄 경우 건물주 반발이 거셀 텐데.

“가장 순리에 맞는 해결책이다. 권리금 1억원을 내고 입점해 장사 잘했으면 권리금 1억5000만원 받고, 그렇지 못하면 5000만원만 받고 나가게 하면 된다. 시장논리로 권리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소유권에는 사용·수익·처분 권능이 있는데 임대차계약은 건물주가 그중 수익권을 행사한 것이다. 수익이 목적이므로 임차인이 누구든 임대료만 받으면 소유권이 침해되지 않는다.”

-건물주들을 설득하려면.

“신촌 일부 건물주들의 임대료 안정화 협약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장기적 상권 활성화에 눈을 뜬 것이다. 임대료 압박에 개성 있는 가게들이 빠지고 대형 업체만 남으면 상권이 황폐해진다. 이른바 ‘문화 백화 현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임차상인 보호정책은 건물주가 너무 손해 보면 추진하기 어렵다. 건물주가 양보하는 부분을 공공영역에서 보전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세제 혜택을 주거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건물주는 장기적으로 재산 가치를 높이고 임차상인은 마음 편히 장사하는 상생을 고민해야 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