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형제, 주총 앞두고 전운

입력 2014-03-25 03:13


박찬구(66)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 매각과 친형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 복귀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로써 금호가(家) 형제간 공방이 오는 27일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삼구·찬구 형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및 매각을 둘러싸고 입장이 엇갈리며 경영권 갈등을 빚어왔다.

금호석화는 24일 자료를 내고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지분을 총수익맞교환(TRS·Total Return Swap) 방식으로 매각해 의결권을 회복하고 상호출자 지분을 해소하려 한다”며 “이는 법적 규제를 무력화시키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정상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호산업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TRS 거래 자료 일체를 열람 등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금호석화는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 주식 전량(12.83%)을 두 차례에 걸쳐 TRS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시하자 ‘진성매각(True Sale)으로 볼 수 없어 순환출자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해 왔다. 매각자가 매수자에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 등을 보전하거나, 일정 금리를 수수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TRS 자체를 정상적인 매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해 두 회사는 상호출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상태인 두 법인의 지분율이 10%를 넘을 경우 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금호석화는 매각 방식에 문제가 있는 만큼 금호산업의 의결권 행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박삼구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대해서도 “아시아나항공에 손실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박삼구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법률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채권단과 사전에 논의를 진행했고, 매각 역시 적법 절차를 따랐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도 매각 관련 안건이 가결됐다. 또 “문제가 있다면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의견을 개진하면 될 것을 미리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의도적인 흠집내기”라고 반박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 주총 전에도 사내이사 후보자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지만 정작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삼구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도 채권단 요청에 따른 책임경영 이행차원이라고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로도 돼 있다”며 “모회사의 대표이사인 만큼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