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글로벌 기업 수 10년째 정체
입력 2014-03-25 02:41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우리 기업은 10개 안팎에 불과하다. 매출액 기준으로 집계하든 자산 시가총액 등을 감안하든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왜소한 규모다. 10년 동안 그 숫자가 늘지도 않았다.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반면 우리의 최대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는 ‘글로벌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4일 주요 3개 글로벌 기업순위(포천 글로벌 500, 파이낸셜타임스 글로벌 500, 포브스 글로벌 2000)에 든 한국 기업의 수를 조사했더니 10년간 거의 변함이 없었다. 매출액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포천 글로벌 500에는 2004년 11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14개가 돼 단 3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중국은 74개(2004년 15개→2013년 89개), 인도는 4개(4→8개), 브라질은 5개(3→8개), 러시아는 4개(3→7개)가 증가했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파이낸셜타임스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는 중국이 37개(8→45개)나 느는 동안 우리 기업은 2개(3→5개) 증가에 그쳤다. 반면 인도는 10개(2→12개), 브라질은 8개(2→10개)로 급증했다.
매출 이익 자산 시가총액 등을 합산해 평가하는 포브스 글로벌 500의 경우 우리 기업이 15개(49→64개) 증가하는 동안 중국은 133개(49→182개)나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은 2004년에 명단에 든 기업 수는 우리와 같았지만 지난해 3배의 격차를 보였다.
여기에다 우리는 기존 선진국 그룹인 ‘G5’(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와 여전히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빠르게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중국은 아예 우리를 뛰어넘은 상황에서 ‘너트 크래커’(nut cracker·호두까기)에 끼인 신세가 된 것이다. 새롭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업 후보군도 적어 당분간 G5 수준의 상위권 국가로 도약하기도 어렵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