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조직개편 나섰는데 돈도 없고 인력도 없고… 속타는 ‘금감원’

입력 2014-03-25 02:22

조직개편을 추진 중인 금융감독원의 고민이 크다. IT감독·검사기능 강화 등을 비롯한 조직개편의 주요 내용들이 예산, 인력 문제 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직은 계속된 대형 사고로 피로도가 높아질 대로 높아졌는데, 직원의 사기를 북돋을 대안도 없다. 오히려 최근 1조원대 대출 사기에 내부 직원이 연루된 비리사건으로 전 직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내부 쇄신안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4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IT검사국 설치 등 IT 부문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전문 인력 충원”이라면서 “그런데 인력을 늘리는 것은 결국 예산 문제여서 금융위원회와 인원수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 경영 혁신 지침에 따라 올해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태다. 현재 주어진 예산 안에서는 인건비를 더 쓸 여지가 없어 예비비 지출이 불가피하다. 금융위와 협의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비비 사용을 한다고 해도 충원 규모는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 IT감독국, 개인정보보호단을 개편해 기능을 새로 조정하는 정도의 조직개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직개편에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에 상관없이 대형 금융 사고를 전담하는 특별검사국 신설도 검토되고 있다. 대형 사고를 보다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대처하게 만든다는 취지다. 금감원장이 특별 지시하는 사건 등도 이 조직이 전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역시 이미 풀가동되고 있는 인력을 어떻게 운용할지 문제가 남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족한 대로 시급성이 조금 덜한 부문의 인력을 당겨와 기능 강화가 필요한 곳에 투입하는 식으로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면서 “아주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조직개편과 별도로 직원들의 비리 등을 예방하기 위한 고강도 쇄신책도 마련 중이다. 최근 KT ENS 협력업체의 1조원대 사기 대출에 팀장급 직원이 연루되는 중대비리가 발생함에 따른 것이다. 비리 연루 임직원에 대한 급여 삭감폭 확대, 임직원이 개인적으로 해외에 나갈 때도 감찰실에 미리 알리는 해외여행 사전 신고제 도입 등이 검토되고 있다. 직원의 비리 가능성을 수시 감시하기 위한 명령 휴가제도 검토 대상이다. 명령 휴가제는 해당 직원을 휴가 보낸 사이 사측에서 취급 서류 재점검, 부실·비리 여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대형 금융사에서 시행되는 방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몇 개월째 주말도 없이 일하느라 지친 직원들로서는 상시적인 의심까지 받는다는 게 힘 빠지는 상황”이라면서 “그렇지만 대놓고 불만을 말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