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통신장애 이후 엎드린 SKT… ‘잘 생겼다’ 방송광고도 줄여

입력 2014-03-25 03:17


[친절한 쿡기자] 본인 자랑을 심하게 늘어놓는 사람이 있습니다. 십중팔구 재수 없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인데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대놓고 으스대지만 다들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눈치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기 때문이죠. 지난달부터 ‘잘생겼다’(사진) 광고를 전면에 내세운 SK텔레콤(SKT) 이야기입니다.

SKT는 ‘잘생겼다’를 동음이의어로 활용했습니다. 뛰어난 통신 기술을 선보이기에 잘생겨나 줘서 고맙고, 모델 이정재와 전지현이 미남·미녀라는 뜻을 함께 상징했죠. 캐주얼한 복장으로 능수능란하게 막춤을 추는 두 사람의 모습은 도발적인 카피 문구와 맞물려 순식간에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일각에선 ‘잘생겼다’를 연신 고음으로 외친다는 이유로 짜증스럽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동종업계와 차별화된 광고라는 호평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일 이후로 ‘잘생겼다’ 광고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됐습니다. 21일 새벽까지 이어진 통신장애로 무려 560만명이 불편을 겪었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분노로 들끓었습니다. 한 기자가 SKT 직원에게 문의 전화를 걸었지만 SKT를 쓰고 있어 연결이 안 됐다는 기막힌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SKT가 부랴부랴 보상책을 마련했지만 ‘잘생겼다’ 문구가 ‘못생겼다’ ‘잘꺼졌다’로 패러디될 정도로 이동통신업계 1위 체면은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졌습니다.

SKT 측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통신장애가 일어난 20일부터 24일까지 ‘잘생겼다’ 광고 횟수를 대폭 줄였습니다. 트위터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봤던 광고인데 잘 안 나온다’ ‘극장에도 안 나오더라’ 등의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23일 참여연대와 금융소비자연맹, 전국대리기사협회 등이 한국소비자원에 소비자 집단분쟁 조정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향후 ‘잘생겼다’ 광고가 예전처럼 방송에 자주 등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한 가지 더, SKT 이용자 못지않게 이번 통신장애 사고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정재와 전지현입니다. 두 배우는 ‘잘생겼다’ 광고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온갖 패러디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보통 광고 모델의 파문으로 광고주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번엔 반대인 셈이죠. 영화 ‘관상’과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두 배우 입장에서는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까요.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