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마키아벨리에게 이런 인간미가… ‘르네상스형 인간 마키아벨리展’

입력 2014-03-25 02:05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서 25일부터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형 인간, 마키아벨리’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집필 5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학술 행사가 열리는 등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다. 마리아 조반나 파디가 메르쿠리 주한 이탈리아 대사 부인이 전시회의 기획부터 전시까지 직접 담당했다. 메르쿠리 대사 부인은 24일 개관에 앞서 프레스 설명회를 갖고 “마키아벨리는 개인의 삶을 (신이 아닌) 개인이 결정한다는 사고를 탄생시킨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작품세계와 삶을 시공간적으로 재구성해봤다”고 말했다.

전시 규모는 작지만 마키아벨리의 개인적인 삶과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을 대거 들여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군주론’의 필사본이다.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 원본은 없는 대신, 당시 그 원본을 베껴 쓴 필사본이 전 세계적으로 19점 남아있는데 그 중 한 권이 전시됐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라틴어 대신 이탈리아어로 썼고, 이 작품을 여러 사람이 필사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이탈리아어의 보급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키아벨리의 초상은 물론 당시 그가 ‘군주론’의 모델로 삼았던 전제군주 체사레 보르자(1475∼1527)의 초상화도 전시된다.

마키아벨리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14세 된 아들 구이도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키아벨리는 “공부는 좋은 것이니, 배우거라”라고 적고 있다. 1527년에 쓴 것으로 피렌체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돼있는 것을 들여왔다. 이 밖에도 그가 직접 작곡한 악보, 그가 무명의 사람에게 1479년에 쓴 편지 등 소소한 자료들도 눈에 띈다. 또 마키아벨리 연구자가 그와 관련된 각종 엽서, 화폐 등을 수집한 페루자 아구스타 시립도서관의 ‘캄피’ 콜렉션도 함께 볼 수 있다.

당시 이탈리아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작품 등도 전시된다. 대표적인 것이 ‘마오로 수사의 세계전도’로 당시 교회가 제작한 가장 중요한 지도 중 하나다. 이번 전시를 위해 가로 세로 230㎝ 양피지에 금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지도 원본의 복제본을 새롭게 제작해 들여왔다. 메르쿠리 대사 부인은 “이 지도를 보면 14세기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국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회에서는 이와 함께 한국의 고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일람지도가 함께 전시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