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하나님의 홍수 심판 소재 영화 노아 ‘반기독적·상업주의’ 논란
입력 2014-03-24 17:59 수정 2014-03-25 03:07
세계 영화시장에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 영화 ‘노아’(사진)에 대해 크리스천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노아는 성경(창세기 1∼9) 속 하나님의 홍수 심판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일부 크리스천은 노아가 성경을 왜곡하고 하나님을 잘못 묘사했다고 비판한다. 전문가들은 성경을 차용한 상업 영화라고 평가한다. 영화 배급사 측은 “감독이 성경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을 뿐 성경을 왜곡할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잔인한 노아와 하나님=일부 기독교 단체와 목회자는 노아가 비기독교적이라고 평가했다. 의인(義人)으로서 노아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고, 하나님은 잔인한 심판의 존재로 나타난다는 이유다. 한국교회언론회는 24일 논평에서 “노아는 에스겔 선지자나 히브리서 기자, 베드로가 인정한 의인인데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고, 하나님을 무자비한 악의 존재로 표현했다”고 봤다. 정병진 동탄명성교회 목사는 트위터에서 “하나님을 깎아 내리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영화 같다”고 했다. 강성현 주는교회 목사는 “노아는 반기독교 영화”라며 “노아가 하나님 뜻을 거역함으로써 인류를 살려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는교회는 교회 단체 관람을 예정했다 취소했다. 영화 속 노아는 방주에 오르려는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차남이 데려온 여인을 버린다. 심지어 손녀를 해치려고 한다. 인간이 버림 받지 않기 위해 기도하지만 하나님은 냉담하게 나온다.
성경과 다르거나 성경에 나오지 않는 내용도 많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방주를 만들라는 명령을 할 때 노아에게 직접 나타난다. 영화에서는 노아의 꿈을 통해 계시한다. 성경에는 노아와 가족이 방주를 직접 지었다고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타락한 천사들의 도움을 받는다. 성경에는 세 아들 모두 아내와 함께 방주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반면 영화에서는 큰 아들 셈만 아내가 있다. 성경에는 타락한 천사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고 나온다. 영화 속에는 천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온다.
◇성경 소재 상업 영화=전문가들은 노아에 대해 “성경을 소재로 한 전형적 상업 영화”라고 평가했다. 김준영 문화선교연구원 기획실장은 “성경에 나오는 홍수 심판을 소재로 다뤘을 뿐 많은 부분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메꿔진 것”이라며 “선의 승리, 하나님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독교적 메시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광수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는 “인간이 악을 이기고, 재해에 맞서 살아남는 승리의 이야기”라며 “미 할리우드의 ‘영웅 영화’의 문법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50∼60년대 유행한 벤허 십계 등 바이블 영화에 비해 상업적 요소가 강하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배급사 관계자는 “노아가 대심판이 끝난 후 비참해진 것(창 9:20∼27)에 대해 감독이 ‘노아의 고뇌’를 상상을 통해 더했다”며 “결국 영화의 주제는 선하게 살고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보는 크리스천도 있다. 강향구(46·목상교회)씨는 “노아가 인간적으로 얼마나 괴로웠을까, 외로웠을까 공감이 됐다. 크리스천이라면 한번 쯤 볼만하다”고 말했다. 장성은(41·삼일교회) 집사는 “성경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 영화를 보고 하나님의 창조, 심판에 대해 궁금해 할 것”이라며 “비신자와 함께 보고 복음을 전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크리스천들은 한국 성도들의 믿음을 흥행에 이용하려고 한국을 첫 개봉지로 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강주화 유영대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