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찾아가는 염상섭… 청공원 설치 좌상, 광화문 이전
입력 2014-03-25 02:34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약수터에 있던 소설가 횡보 염상섭(1897∼1963)의 브론즈 좌상(사진)이 광화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산문화재단은 교보생명, 종로구청과 함께 ‘횡보 염상섭의 상’을 삼청공원에서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종로출입구로 이전하고 다음 달 1일 오후 3시 이전 설치 제막식을 한다고 24일 밝혔다.
벤치에 염상섭이 걸터앉은 모습을 담은 브론즈 좌상(김영중 작품)은 1996년 당시 문화체육부와 문학의해 조직위원회가 교보생명·교보문고의 협찬을 받아 종묘광장 입구에 설치했다가 2009년 종묘광장 정비사업에 따라 삼청공원으로 밀려났다. 이후 문화계와 시민사회는 근대 대표 문학인이자 언론인인 염상섭의 위상에 걸맞고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상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했다. 대산문화재단 측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은 염상섭이 주로 활동한 광화문 네거리에 위치해 있다”며 “애초 종묘광장 입구에 설치한 것도 염상섭이 종로구에서 태어나 줄곧 활동한 점과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염상섭의 2남 2녀 중 차녀인 희영씨는 “오랜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후 선친이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선정돼 종묘광장에 기념상이 설치될 때만 해도 그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어느 날 삼청공원 약수터 주변으로 옮겨진 사실을 알고 지금까지 남모를 눈물을 흘려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광화문 네거리 근처에 있는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에서 활발히 언론활동을 펼치셨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문학 작품도 그곳에서 집필하셨다”며 “이제 정말 아버지가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