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산 백패킹 체험기 “자연과 침낭의 경계는 얇은 텐트 뿐… 신선한 경험”
입력 2014-03-25 02:28
AM 09:30
‘백패킹’만큼이나 매력적인 아웃도어도 없다. 자동차로 갈 수 없는 깊은 자연 속이라도 발만 닿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캠핑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공군 출신으로 군대에서조차 야영이란 걸 하지 않았던 기자는 백패킹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앞섰다. 변변한 캠핑도구조차 없는 기자는 지인의 장비를 빌려 유명 백패커 정의석씨와 노고산 일대로 백패킹에 나섰다.
AM 08:17
기자는 캠핑이 부재(不在)의 연속임을 깨달았다. 산을 오르는 순간부터 최소한의 도구로 하루 이상을 지내야 한다. 잠을 청하기 위해 누운 침낭과 자연과의 경계가 단지 텐트의 얇은 천 하나뿐이라는 건 신선한 경험이다. 밤새 내린 눈은 북한산의 전경을 바꿔 놨다. 마치 12월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 정도였다.
AM 11:24
캠핑을 위한 산행에서는 ‘오프로드’를 택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북한산성 입구에 북적이던 등산객이 보이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면적의 상당수가 경사(傾斜)인 산 속에서 캠핑에 적합한 공간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다. 나무 두 그루만 있다면 어디서든 설치가 가능한 해먹을 가진 정씨도 이날만큼은 기자를 위해 산중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AM 11:32
아침 식사 후의 설거지는 휴지로 그릇을 닦는 게 고작. 물도 부족할뿐더러 과도한 설거지는 환경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캠핑을 마무리하고 내려오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은 ‘시원섭섭함’이다. 사실 단 한 번의 캠핑으로 이의 묘미에 빠지기는 힘들다. 다만 중요한 건 다음 주말 기자가 인근 캠핑장을 예약했다는 사실.
PM 08:44
백팩에는 캠핑을 위한 최소한의 장비만이 담긴다. 텐트 외 장비는 침낭·릴렉스체어·코펠 정도. 2인용 텐트를 설치하는 데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경량화 백패킹(BPL)을 실천하고 있는 정씨의 식사는 전투식량과 라면이 전부. 그는 “캠핑은 왔는지도 모를 만큼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신민우 기자, 사진=윤성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