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문화진단] 공원에선 지정된 장소만 가능… 일반 산에서 취사는 안돼

입력 2014-03-25 02:16


백패킹(backpacking, 1박 이상의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등짐여행)이 불법일리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 허용된 곳을 벗어난 백패킹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연을 벗 삼기는커녕 단속의 대상이 되고 과태료를 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또 불법일까. 먼저 국립·도립·군립공원 등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공원에서는 자연공원법 27조에 의해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취사 및 야영행위를 할 수 없다. ‘지정된 장소’는 곧 ‘야영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야영장을 제외한 공원 내 다른 공간에서 백패킹을 해서는 안 된다. 국립공원의 경우 43곳의 야영장이 마련돼 있고, 취사가 가능한 대피소는 16곳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환경관리부 관계자는 “공원 안에서 이뤄지는 불법 야영은 텐트의 크기나 머무는 시간과 상관없이 단속되며, 발열제 등을 사용하는 취사행위도 잔반의 염분으로 인해 식물이 고사될 수 있기 때문에 제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공원법을 위반한 야영은 적발 시 가중처벌이 적용돼 1회 10만원, 2회 20만원, 3회 3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며, 취사는 1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공단의 불법 야영 적발 건수는 2011년 30건, 2012년 60건, 2013년 70건이었다.

공원 등 특정 구역이 아닌 일반 산은 산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만 야영행위는 가능하다. 다만 취사는 할 수 없어 김밥 같은 조리된 음식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또 텐트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땅을 파헤쳐 지반을 정리하거나 주변 나무를 훼손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특히 산불감시 강조기간을 비롯한 입산 통제기간 중에는 해당 구역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같은 법적 효력에 따라 백패킹 루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백패커들이 ‘법의 테두리가 너무 광범위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백패커는 “백패킹이 산림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비춰지는 게 안타깝다”며 “백패킹을 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 주변에서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의 백패커들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또 자연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여행을 선물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부족한 야영장과 획일적 법규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산림청 숲길등산정책팀 관계자는 “현재 입법 발의 중인 ‘숲 속 야영장’ 사업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야영시설 확충과 함께 효율적 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민 여가활동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지원 논의는 지속적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단지 자연과 가까워진다고 해서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백패커의 자정노력 또한 이어져야 한다. 무심코 버린 과일 껍질은 산림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농약 덩어리로 남을 수 있다. 또 가공식품 등에 길들여진 우리 몸에서 배출되는 배설물 역시 더 이상 자연이 감당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김성일 쿠키뉴스 기자 ivemic@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