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성 칼럼-캠퍼의 조건] 가족 나들이, 겨울장비 그대로 사용을

입력 2014-03-25 02:33


이제 완연한 봄이 찾아온 걸까요? 새벽 기온이 조금 쌀쌀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길 나서기 좋습니다. 진달래와 철쭉, 이름 모를 야생화가 온 산을 물들이기 시작하고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 퍼집니다. 잊고 있던, 잃어버렸다고 여겼던 꿈을 일으켜 세워보세요. 세상살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를 내세워 늘 내일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어린 날 무지개 쫓아 산 넘어 내달렸던 것처럼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열어 자연을 찾아보세요. 그 곳에서 가족의 꿈을 맘껏 이야기해보세요.

가족과 함께할 경우 동계시즌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대형 텐트 내에 식탁과 주방을 꾸미고 난방용품을 사용합니다. 설사 잠자리만 만들 수 있는 중소형텐트를 사용하고 난로·전기요 등 별도의 난방용품을 갖추지 못한다 해도 겨울옷과 핫팩 정도 챙겨가는 것만으로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습니다. 침낭은 여전히 동계용이 적합한데 하계용 침낭 밖에 없다면 침낭 속에 담요 한 장 추가하거나 침낭을 겹쳐 사용하면 됩니다.

아직은 햇볕이 그리 따갑지 않으니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그늘막(타프) 없이 파란 하늘 아래 식탁을 마련하세요. 푸르른 억 만평 정원 위에 모여 가든파티를 열어보세요. 어둠이 찾아오면 모닥불에 삼겹살·새우·소시지 직화구이를 즐기고 숯불에 고구마 감자 구워 먹는 게 행복합니다. 밤하늘의 별도 헤아려보세요. 아이들이 잠들면 반복되는 일상으로 무뎌진 가슴을 열어 부부만의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쌓여가는 추억은 사랑으로 되돌아옵니다.

또 아이들과 함께 자연관찰을 해볼까요? 식물도감, 야생화도감, 곤충도감을 챙겨가 특징을 살펴 정확한 이름을 알아보세요. 아는 만큼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느낄 수 있습니다. 돋보기로 나무껍질, 나뭇잎, 꽃술을 관찰해보세요. 맨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신비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망원경으로 새와 다람쥐를 관찰하는 것도 좋겠죠. 카메라에 담아 가족의 멋진 자연관찰도감을 만들어보세요. 어느덧 징그럽다 여겼던 곤충을 살피고 야생화 피해 발 옮기게 될 겁니다. 아무 것도 요구한 적 없는 자연이 우리에게 모든 걸 내어주니 우리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겠죠.

메마른 봄철에는 산불 위험이 큽니다. 정식 캠핑장의 안전한 장소에서만 캠프파이어를 즐기고 바람이 많이 불 때는 모닥불 피우기를 삼가야 합니다. 겨우내 얼어붙은 경사지가 녹아 흙무더기나 바위가 굴러 떨어질 수 있으니 장소 선택에 신중을 기하세요.

김익성 (‘와편의 오토캠핑탐구생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