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살 기도 거듭돼 의혹 더 쌓이는 국정원 수사

입력 2014-03-25 01:51

목적 최우선시 해온 대공수사 관행 벗어나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던 국가정보원 과장급 간부가 자살을 기도해 파장이 적지 않다. 국정원 협조자로 일했던 인사가 검찰조사 중 자살을 기도한데 이어 두 번째다. 국정원이나 검찰 모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겠지만 흔들림 없이 증거 조작의 실체를 명백히 밝혀내길 거듭 촉구한다.

대공 일선에서 오랜 세월 묵묵히 간첩을 색출하는 데 공을 세운 국정원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자살을 기도하는 행위는 국정원뿐 아니라 검찰마저 불신의 늪으로 몰고 가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임하고 억울한 심정은 법정에서 토로하면 될 일이다.

검찰 수사는 전대미문의 간첩사건 증거 조작이라는 베일에 가린 의혹 덩어리를 명백히 드러내기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다. 기소한다고 반드시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구속이란 조치는 증거인멸 등이 염려돼 신병을 확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정원이 더 잘 알 것 아닌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잇단 자살 기도는 자칫 검찰과 국민을 겨냥한 항의로 비칠 수도 있다.

국민들은 무하마드 깐수(한국명 정수일) 사건, 일심회 사건, 왕재산 사건 등 굵직한 간첩사건을 명쾌하게 밝혀 국가안보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운 국정원의 노력을 모르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애국심만으로 오랜 세월 일해 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증거 조작이라는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관행이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간의 공을 무색케 한다.

검찰이 아직까지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국정원의 비협조란 지적이 억측이길 바란다. 비록 애국심의 발로라 할지라도 법에 어긋나는 수사 관행은 고쳐져야 하고 목적만 선하다면 방법은 악이어도 상관없다는 인식은 이제 변해야 한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일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피의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법언도 있지 않은가.

검찰은 이번 수사가 사상 초유의 간첩사건 증거 조작에 관한 것인 만큼 남다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찰 공안부의 위신을 고려해 모든 잘못을 국정원에 떠넘기려 한다는 세간의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을 새겨들어야 한다. 어차피 국정원의 증거 조작 사건이 매듭지어진 후에는 공안부에 대한 진상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한 곳에 물을 수도 없다.

두말할 것도 없이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간첩을 색출하는 일은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구속기간을 일반 형사범의 두 배까지 연장해주는 것은 물론 최정예 요원들을 이곳에 배치하지 않는가. 국정원 요원들의 잇단 자살 기도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고 진실추구가 멈출 수는 없다. 이번 수사가 대공수사의 틀이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