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과서 뒷돈 거래하면서 값 올리나

입력 2014-03-25 01:31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펴내는 한 출판사가 동종 업종 출판사 두 곳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해당 출판사들이 교과서 선정 대가로 수백만원의 리베이트를 학교 측에 건넸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이 출판사는 다른 출판사들이 전국에 걸쳐 총판을 통해 금품을 뿌린 정황과 교사들에게 건넨 지도서·CD·수업 지도 자료집·문제집 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교과서 선정을 놓고 뒷돈이 오간다는 얘기가 나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이 출판사는 검정 심사에서 최고점을 받고도 정작 일선 학교 채택률은 최하위 수준인 4.7%에 그쳤다고 한다. 교과서 선정 과정이 품질 경쟁 대신 출판사와 학교 측의 검은 유착과 로비로 더럽혀져 있다면 큰일이다. 교과서 선정 과정의 잡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정 교과서와 참고서를 채택한 대가로 판매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교사나 한국검정교과서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는가 하면 교재 채택료가 관행으로 교과서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건 외에도 교과서 선정 전반에 걸쳐 불법행위나 로비가 있었는지 조사해 불법행위를 뿌리뽑아야 한다.

2009년 교과서 가격 자율화 후 교과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도 업계의 뒷돈 관행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어·문학 등 11종 교과서 평균 가격이 자율화 이전보다 배 넘게 올랐다. 출판업계는 지난해 평균 6300원대였던 교과서 권당 가격을 올해 1만900원대로 올리려 했다. 교육부가 가격 인하를 권고하자 출판업계는 원가에 못 미친다며 교과서 발행·공급을 중단해 시중에서 교과서를 구할 수 없다고 한다. 학교에 금품을 갖다 바치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해 학부모들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심산이 아닌가.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하고 교과서 가격을 자율화했다가 뒤늦게 가격 조정에 나서는 교육부도 문제다. 이제라도 교과서 가격상한제를 도입해 리베이트 거품을 빼고 수준 낮은 교과서가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