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어뷰징 척결? 네이버의 성공조건

입력 2014-03-25 02:26


인터넷에서 3월의 뉴스 중 뉴스를 꼽자면 단연 김연아-김원중 커플의 열애를 빼놓을 수 없다. 둘의 열애 소식은 소치올림픽 열기가 가시지 않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더욱 놀란 것은 두 사람 관련 기사가 사흘간 3000여건이나 쏟아졌다는 점이다.

바로 어뷰징(abusing) 폭탄 때문이다. 유사한 기사를 제목만 바꿔 반복 전송한 탓이다. C일보 175건, D일보 139건, M경제 83건, H일보 69건씩 쏟아냈다니 인터넷 언론 전체를 감안하면 얼추 그 정도 계산이 나온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안타깝게 세상과 등진 SBS ‘짝’ 출연자와 노동당 부대표의 자살 사건마저 어뷰징의 놀잇감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 언론’, ‘기레기(기자 쓰레기의 줄임말)’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조회수를 위해서라면 사자(死者)를 향해서도 하이에나 근성을 못 버리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어뷰징 줄이고 손 편집 없애

네이버가 이처럼 ‘말 많고 탈 많은’ 어뷰징에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네이버는 외부에 공개하는 ‘네이버랩(lab.naver.com)’을 통해 ‘뉴스 클러스터링(clustering)’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복수의 핵심 관계자는 “더 이상 어뷰징을 방치할 수 없다”며 “상반기 안에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 클러스터링이란 텍스트 분석을 통해 대표뉴스와 주제별 관련뉴스를 손(수동) 편집 없이 자동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네이버의 ‘클러스터링’ 시험판에 따르면 ‘뉴스홈’엔 사진이 첨부된 ‘대표기사’ 4건이 화면 상단에 배열되고 이들 각 기사에는 ‘관련기사’ 건수가 표시돼 있다. 대표기사 하단에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별 대표기사 3건과 ‘관련기사’ 건수를 보여주는 편집 형태를 띠고 있다. 관련기사는 클릭해야 볼 수 있다.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과 시험판 고지 내용을 종합하면 개편의 목적은 뉴스 편집(배열) 억제와 어뷰징 척결로 요약된다. 정치권과 언론계가 그동안 네이버 뉴스의 ‘편집’을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클러스터링 방식은 진일보한 개선책으로 보인다.

문제는 뉴스홈에 노출되는 대표기사와 분야별 대표기사를 3∼4건으로 제한한다고 어뷰징이 척결될 수 있을지다. 당장 대표기사 선정 기준을 놓고 이런저런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네이버 측도 이 점을 인정하고 구글뉴스의 알고리즘 방식 같은 기준 마련을 위해 외부전문가에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뉴스는 13개 기준의 변수에 의해 자동 편집되고 있다. 각각의 변수에 배점을 부여하고 공개되지 않은 함수와 가중치를 적용해 기사를 자동 배치하는 방식이다. 바이라인(기자의 이름) 없는 출처 불명의 속보뉴스와 맞춤법·문법까지 평가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베끼는 언론사는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착한 언론 나쁜 언론 구별해야

구글의 15배 이상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네이버는 여론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보다 정교한 기준과 실천 의지가 요구된다. 특히 공 들여 발굴한 단독·기획·심층 기사의 땀과 가치를 인정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베끼는 기사와 구별되는 상대평가 기준 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는 땅에 떨어진 온라인 언론의 본령 회복에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 기사의 선별 기준 못지않게 착한 언론과 나쁜 언론 간 대우를 달리하는 정책도 차제에 도입할 만하다. 나쁜 언론이 실리를 더 챙기는 현행 구조는 시장파괴적이고 불평등을 고착시킬 뿐이다. 이를 바로잡는 건 네이버가 뉴스를 서비스하는 한 간과해서는 안 될 사회적·윤리적 책무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