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노역형'… 기업총수 봐주기에 나선 검찰과 법원의 합작품

입력 2014-03-24 16:33

[쿠키 사회]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 노역은 기업총수 봐주기에 나선 검찰과 법원의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광주지검은 당초 2007년 11월 허 전 회장을 횡령,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한 뒤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016억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검찰은 벌금형에 대해 이례적으로 재판부에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허 전 회장이 운영하던 기업들이 좌초할 경우 협력업체의 연쇄부도 등 광주권 지역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검찰의 구형에 대해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은 200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하고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1일 대가를 2억5000만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서 일하도록 했다. 이어 2심인 항소심 재판부는 2010년 1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했다. 징역형은 낮추고 벌금은 절반으로 깎아준 판결이었다. 허 전 회장이 노역형을 살 경우 1일 노역 대가를 전례가 없는 5억원으로 높여준 것도 이 판결이다. 이 판결은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지만 허 전 회장은 2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1년 1월 이미 뉴질랜드로 도피성 출국을 감행해 영주권을 취득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검찰은 당시 SK그룹 손길승 전 회장이 탈루한 세금과 가산금을 낸 뒤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사례에 따라 선제적으로 벌금형 선고유예와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현행 법률에 노역형의 상한액이 정해지지 않아 판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광주지검 형사2부장 출신인 김경진 변호사는 “허재호 회장에게 작심하고 봐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