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12) 화이트 셔츠, 품위를 부르는 진정제

입력 2014-03-25 02:35


햇빛이 눈부신 날, 말끔히 보이고 싶은 날, 나는 화이트 셔츠를 입는다. 새하얀 면은 깔끔하게 정돈된 호텔 방에 들어간 느낌을 주는가 하면 단추를 두 개 정도 채 여미지 않아서 생기는 브이 자 목선은 여성스러움을 각인시켜 준다. 멋쟁이에게 화이트 셔츠는 ‘기본 중의 으뜸’이며 적어도 네다섯 장 이상 갖고 있다.

깃, 소맷부리, 품, 길이, 단추, 소매산, 가슴팍의 주머니, 허리의 재단선, 소재, 밑단 등 디자인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반드시 입어 보도록 한다. 화이트 셔츠를 구매할 때 나의 우선순위는 면의 품질, 두 번째 단추의 위치(두 번째 단추를 첫 단추로 여기고 끼우므로 두 번째 단추의 위치가 중요하다), 어깨 품, 적당히 맞는 품, 단추의 재질이다. 일찍이 겉옷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살갗과 겉옷 사이 입었던 옷이었기에 피부를 편하게 하는 질 좋은 면 소재는 일등 셔츠의 조건이기도 하다.

품질이 좋은 면은 구김이 가도 봐줄 만하다. 또한 셔츠의 맵시를 살리는 것은 위로 힘 있게 제친 풍성한 소맷부리라고 할 수 있는데 걷어붙인 소매 아래에서 여자의 손목은 남다르게 시선을 빼앗는다. 반소매인 경우 어깨를 타고 직각으로 흐르는 소매 선에 유의한다. 뻣뻣하게 떨어지면 얼굴이 부드러워 보이지 않고 팔이 짧아 보인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화이트 셔츠에 공을 들인다. 각각의 디자이너가 거머쥔 개성을 화이트 셔츠에서 발견하는 것, 그 응집된 노력에 귀 기울이는 사이 옷장 속의 셔츠 한 장은 어느 새 두 장이 된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