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공조 동시에 對中협력 강조한 ‘균형 외교’
입력 2014-03-24 04:01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공식 개막에 앞서 23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헤이그 도착 후 처음으로 가진 공식일정이다.
◇박 대통령 첫 일정은 한·중 정상회담=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회담을 통해 한·중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한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여러 다자회의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이뤄진 회동의 연장선상이다.
특히 두 정상은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물론 전반적인 북한 정세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그동안 한·중 정상은 취임 이래 다자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별도 회담을 하면서 친분과 신뢰를 쌓아왔다”며 “이번에도 양자 관계 및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유익한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중, 한·미·일 사이 균형점 찾기=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특히 외교적 함의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25일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과 동북아 역내 정치·안보적 측면에서 서로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북핵과 비확산 등 안보 이슈로, 핵 문제는 물론 동북아에서의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방안이 주로 논의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아시아·태평양 역내에서 ‘한·미·일 vs 중국’ 구도 또는 미국 주도의 봉쇄전략을 우려하는 중국으로서는 매우 껄끄러운 사안이다.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공공연히 강조해온 만큼 미국 주도의 다자 안보협력 구도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한·중 관계 역시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여러 여건을 두루 고려해 한·중 정상회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일 안보협력에 참여하면서도 한·중 양자 간에 긴밀히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균형점을 찾는다는 것이다.
◇아베 “미래지향적 일·한 관계 첫걸음”=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의 정상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출국에 앞서 “박 대통령과 첫 회담이 되는데, 미래지향적인 일·한 관계를 향한 첫 걸음으로 삼고 싶다”며 “(한국, 미국 대통령과) 동아시아 안보에 대한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일본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중의원 의원이 일본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담화와 관련, 아베 정권이 실시할 검증 작업에서 다른 사실이 나오면 새로운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정부 입장 자료를 통해 “정부는 지난 14일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아베 내각에서 고노담화를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점을 주목한다”면서 “우리는 이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