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20년, 실패의 역사] 규제개혁 출발점… 좋은 규제·나쁜 규제 가린다

입력 2014-03-24 03:01

정부가 부처별로 복잡하게 얽힌 ‘덩어리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규제를 선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0여년간 정부가 추진한 규제개혁이 제자리걸음한 것은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가려내지 못한 데다 규제관리 시스템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 후속조치로 입지·환경·노동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막는 규제를 선별하고 있다. 또 개인정보 및 사회적 약자 보호 분야 등은 필요한 규제로 보고 이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에서 “규제개혁의 목표를 분명히 해서 불필요한 규제와 꼭 필요한 규제를 균형 있게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규제개혁의 기준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는 “우리 경제현실에서 규제 완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지만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강화해야 하는 규제도 있다”며 “옥석을 가리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쁜 규제를 뿌리 뽑으려면 숨어 있는 ‘그림자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법제처에 등록된 정부부처 시행규칙은 1만4233건인 반면 규제개혁위원회에는 891건(6.3%)만 등록됐다. 규정이나 지침 등으로 활용되는 시행규칙은 부처가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임의로 제정되는 경우가 많다.

시대 흐름과 무관하게 버티고 있는 규제도 널려 있다. 10년 이상 한 번도 손대지 않은 행정규칙만 1000건에 달한다. 부처의 행정지도나 각종 내부 지침까지 포함하면 숨은 규제는 훨씬 늘어난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