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케네스 배 석방부터…” 北인사 비자 발급 거부
입력 2014-03-24 02:20
미국 국무부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는 북한 고위 인사들의 비자 발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억류 중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46)씨를 석방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어떤 ‘전향적’ 조치도 없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미 조지아대 박한식(정치학) 교수가 다음달 개최 예정인 남한 북한 미국 간 1.5트랙(반관반민) 회의는 상당 기간 연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사정에 정통한 뉴욕 소식통은 22일(현지시간) “북한대표부가 조지아대 1.5트랙 회의와 관련해 북한 인사에 대한 비자 발급 가능성을 여러 차례 국무부에 문의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식통도 “북한에 1년3개월 넘게 억류된 배씨의 석방이 벽에 부딪힌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는 “특히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배씨의 석방을 언급한 직후 북한이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의 방북을 취소해 백악관이 격앙했던 것으로 들었다”며 “배씨가 석방되지 않는 한 당분간 북한과 미국 간 어떠한 의미 있는 움직임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제시 잭슨 목사나 배씨 가족이 살고 있는 워싱턴주 릭 라슨 연방하원의원의 북한 방문 신청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지아대 1.5트랙 회의를 추진 중인 박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무부가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지는 알지 못 한다”면서도 “(회의) 개최 날짜도 4월로 확정된 바 없고 5월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넘어가면 제 여행 일정 때문에 상반기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며 진행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시사했다. 자칫 연내 개최도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는 뉘앙스였다.
2011년 10월 조지아대에서 열린 1차 남·북·미 트랙2 회의에서는 북측에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맹경일 아·태평화위 실장과 북한 유엔대표부의 박철 참사관 등 9명이 참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