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접수하라”… 러시아 거침없는 군사행동
입력 2014-03-24 04:01
우크라이나의 크림자치공화국 병합 법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러시아는 거칠 게 없는 듯 크림공화국을 접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크림에 러시아식 행정조직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칙령을 통해 크림 지역의 경찰과 민방위 조직, 국내정보 조직, 기타 정부 기구 등이 러시아 법과 절차에 맞도록 조정돼야 한다며 29일까지 관련 조직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24일부터는 크림 지역에서 러시아 루블화가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와 함께 공식 사용된다. 흐리브냐화는 2016년까지 사용이 허용된다.
앞서 친(親)러 무장세력은 22일(현지시간) 크림공화국 남쪽 항구도시 세바스토폴 인근 벨벡 공군기지를 급습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장갑차를 앞세워 벨벡 기지 정문을 부순 뒤 총격을 가하고 수류탄을 투척한 장면이 우크라이나 국방부 카메라에 찍혔다. 벨벡 공군기지는 크림공화국 내 중요한 우크라이나 군사기지 중 한 곳이다.
블라디슬라프 셀레즈네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지 자경단의 일부겠지만 사용한 자동소총과 장갑차로 봐서는 분명히 어떤 군사 세력과 연계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크림공화국 서부의 노보페도리브카 시내에 있는 우크라이나 공군기지도 약 200명으로 추산되는 친러 시위대의 습격을 당했다. 비무장 시위대는 ‘러시아! 러시아!’를 외치며 난입해 기지의 창문을 부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크림공화국 내 자국이 보유한 군사기지가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크림에 남아 있는 유일한 우크라이나 잠수함 자포로제호(號)도 이날 러시아 흑해함대 잠수함 사단으로 편성됐다.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크림 내 147개 우크라이나 군부대에 러시아 국기가 게양됐으며 우크라이나 해군 소속 군함 68척 가운데 54척이 러시아 국기로 바꿔 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크림에 주둔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 1만8000명 가운데 2000명 정도가 크림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크림에 이어 ‘제2의 크림’이 되길 원하는 본토 내 동부도시의 이탈 움직임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인 도네츠크에서는 주말 동안 약 5000명의 주민들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해 러시아로 귀속하는 것을 묻는 주민투표를 열 것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도네츠크를 포함, 친러 성향이 강한 동부지역은 광산업이 발달한 경제적 요충지로 우크라이나 경제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우크라이나 야권 지도자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2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약 10만명의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집결해 있다”면서 “국경을 넘으면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됐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크림 외 더 이상의 병합은 없다”면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국제감시단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러시아가 당초 반대하다 돌아서면서 57개 회원국 동의로 민간인 100~400명으로 구성된 감시단이 파견돼 우크라이나 안보 상황을 점검하게 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