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美 공화당 ‘젭 부시 대망론’
입력 2014-03-24 02:15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조지 H W 부시 미국 41대 대통령의 차남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이다. ‘부시 왕조(Bush Dynasty)’로 불리는 정치 명문가에서 세 번째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은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미 정치권의 휴화산이 돼 왔다. 젭 부시는 대통령에 출마할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매번 이렇게 말해 왔다. “솔직히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2012년에도 대선 출마설이 있었지만 그는 포기했었다. 하지만 최근 2016년 대선 출마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치적 색채가 짙은 공식 행사 참석이 부쩍 늘었다. 그는 이달 말 뉴멕시코와 네바다주를 방문해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소속 두 주지사의 지지 연설을 한다. 다음 주에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고등교육의 세계화’를 주제로 교육콘퍼런스를 주재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참석해 연설한다.
무엇보다 월가와 공화당 지지 재력가들 사이에서 젭 부시 대망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팜비치 별장에서 열린 공화당 기부자 모임에서 기조연설자는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이었다. 하지만 참석자들로부터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것은 젭 부시의 짧은 영상 메시지였다고 한다. 27일에는 카지노 재벌로 공화당의 돈주머니로 통하는 셀든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이 주최하는 ‘공화당 유대인 협의회’에서 특별강연자로 연설한다.
월가 금융가들과 공화당 지지 재력가들은 공화당 내 주류로 부상한 ‘티파티’ 등 강경보수 분파에 썩 호의적이지 않다. 이에 따라 그들이 선호하는 ‘정통·온건파 공화당’의 대표 주자로 젭 부시를 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부인이 멕시코계이고, 라티노(중남미계) 인구 비중이 높은 플로리다 주지사를 8년간 지냈다는 젭 부시의 정치적 자산도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라티노지지 기반이 취약한 공화당의 최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달 초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약 50%의 미국인들이 여전히 ‘부시가(家) 일원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은 그의 도전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