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팀 1년] 靑 의중에 맞춰 방향타 수정 급급
입력 2014-03-24 02:56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1년 전후를 비교해 보면 우리 경제는 ‘숫자’ 면에서는 나아졌다. 2012년 4분기 0.3%(전 분기 대비)에 불과했던 성장률은 지난해 2·3분기 각 1.1%, 4분기 0.9%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수출액((5600억 달러)과 경상수지 흑자(707억 달러)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가 역시 디플레이션 우려가 일 정도로 하향 안정추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맘때 ‘독이 든 사과’로 치부됐던 부총리 자리가 이제는 정치권에서 ‘국가를 위해 한번 가볼 만한 자리’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23일 현 부총리에 대한 전문가·일반국민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부총리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1년 전에 비해 우리 경제가 ‘나빠졌다’(전문가 15%, 국민 48.4%)는 응답이 과반을 넘지 않았지만 현 부총리의 리더십과 정책 조율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적에 비해 저평가를 받고 있는 현 부총리의 가장 큰 문제점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충남대 정세은 교수는 “보통 집권 1년차에 대표적인 정책을 실시하기 마련인데 지난해 현오석 경제팀은 어디에 방향을 두어야 할지 우왕좌왕했다”고 밝혔다.
실제 현 부총리는 취임 초 정책조합이라는 자신만의 슬로건은 내걸었지만 흐지부지됐다. 이후 창조경제, 공공기관 개혁, 규제혁파 등 청와대의 의중에 맞춰 우리경제의 방향타를 수정하기 급급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임원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청와대가 행사하면서 부총리가 경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고 오히려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리더십이 손상됐다”고 말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실제 정책은 현 부총리가 아닌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조율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조세정책 추진 역시 현 경제팀에 커다란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지난해 8월 중산층 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안 수정 논란과 지난달 월세 임대사업자 과세 강화 논란을 겪으면서 여론은 현 경제팀에 등을 돌렸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증세에 대한 명확한 방향과 논의 없이 조세 개편이 경제적 실익과 재정효과는 적은 상태에서 조세저항을 크게 일으키는 형태로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