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그림’ 첫 공개라더니… 체면 구긴 경주박물관 "알고보니 이미 5년 전에 전시돼"
입력 2014-03-24 02:22 수정 2014-03-24 10:53
“‘천마도’와 함께 주목을 받았지만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기마인물문 채화판과 서조문 채화판을 처음 공개합니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이 지난 17일 신라능묘 특별전 ‘천마, 다시 날다’에 대한 언론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배부한 보도자료 중 일부 내용이다. 6월 22일까지 열리는 이 특별전은 1973년 경북 경주 천마총이 발굴된 이후 유물의 전모가 41년 만에 한자리에서 선보인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천마도(天馬圖·국보 207호)가 그려진 말다래(흙 튀김을 방지하는 말갖춤)와 금관(국보 188호)·금제 관모 꾸미개(보물 617호) 등 1600여점의 천마총 유물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마인물과 서조(瑞鳥·상서로운 새) 문양이 그려진 채화판(彩畵板)이었다. 자작나무 껍질로 된 부채 모양의 작은 판 8개를 이어 붙여 만든 채화판은 모자의 챙 또는 말 등에 얹은 장식판으로 추정된다.
경주박물관 측은 “채화판에 그려진 기마인물과 서조는 ‘천마도’와 같은 신라시대 회화라는 희귀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발굴 당시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보존처리를 거쳐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그림은 인터넷 등에 이미 공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09년 12월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특별전’을 열면서 ‘천마도’ 말다래와 함께 출토된 채화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말을 탄 인물 그림 7점과 상상 속의 새 그림 5점을 찾아냈다며 언론에 공개했다.
중앙박물관 측은 당시 “채화판에 서조와 기마인물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은 천마총 발굴보고서에도 수록됐지만 적외선 촬영으로 실물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과”라고 밝혔다. 당시 공개된 그림과 이번에 공개된 그림을 비교해보면 보존상태가 비슷하다. 경주박물관 측은 “좀더 정밀한 보존처리를 거쳐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의 눈길을 끌기 위한 뻥튀기 홍보로 유물의 가치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