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통사 보조금 다툼 말고 장비부터 보강해야
입력 2014-03-24 02:11
SK텔레콤 통신망에 장애가 생겨 5시간 넘게 휴대전화 서비스가 중단되는 대형 ‘먹통사고’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최대 560만명의 피해 고객에게 피해 금액의 10배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시간대에 통화를 못한 SK텔레콤 고객 1인당 평균 4355원에 해당된다. 회사 측이 쥐꼬리만큼의 보상금으로 서비스 중단 사태의 피해자들을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사고 이후 회사 측 대응을 보면 통신업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통신장애가 이어지는 동안 회사는 이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기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고객들은 왜 전화가 안 되는지도 모르는 채 급한 연락을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회사 측은 사고 발생 5시간이 지나서야 통신장애를 시인했다. 게다가 CEO의 공개 사과는 사고가 발생한 지 거의 하루가 다 되어서야 나왔다. 이번 사고는 전화를 거는 상대방의 위치를 찾아주는 내부 서버에 이상이 생겨 일어났다고 한다. 이는 그간 장비 관리와 유지보수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준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50%다.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 2명 중 1명이 SK텔레콤을 이용한다는 말이다. 이 기업의 통신망이 작동을 멈추면 여타 이동통신사 가입 고객을 포함한 국민들 간의 원거리 소통이 대부분 두절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전화의 불통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계와 경제활동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이번 불통 사고로 대리기사, 배달음식점, 택배업계는 물론 인터넷 쇼핑업계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동통신은 또한 재난 대비 수단이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신망 마비는 국민의 안전과 목숨이 걸린 문제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동통신업계가 보조금과 광고 등 마케팅에만 집중하다 보니 통신망 관리에 소홀했다는 데 있다. 이동통신 3사는 매년 약 8조원을 마케팅에 쏟아 붓고 있다. 반면 설비투자는 7조원에 그친다. 실제 이동통신사들의 서비스 먹통 사고는 거의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보조금 경쟁에 들어가는 돈 가운데 일부라도 네트워크 보강과 장비 관리·보수에 투입했더라면 이런 사고는 대부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최근에도 경쟁 회사의 고객을 뺏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벌여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다. 휴대전화 서비스가 2G→3G→LTE(롱텀에볼루션)로 바뀔 때마다 ‘망 투자에 막대한 돈이 든다’며 요금을 인상해 놓고서 정작 통화품질 관리는 뒷전이었으니 누가 회사 말을 믿겠는가. 이동통신 서비스의 기본은 통화품질 확보다. 아울러 SK텔레콤 측이 분노에 찬 피해자들이 일일이 소송하도록 방치할 경우 징벌적 배상 법제화 논의나 다른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