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공감 리더십

입력 2014-03-24 02:13


정조 2년(1778년) 5월 29일, 제주도에 큰 흉년이 발생하자 임금은 다음과 같은 명을 내렸다.

“과인이 왕위에 오른 뒤로 아직도 팔도 백성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두루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제주는 바다 밖에 떨어져 있는 데다 근자에는 흉년이 자주 생겨 백성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이를 떠올릴 때마다 내 몸이 아픈 듯하다. 제주 목사(牧使)가 올린 장계(狀啓)를 보니 전복을 채취하는 힘겨운 장면이 눈에 선하다. 고생함을 일찍이 알고 있어 폐단을 바로 잡은 지 오래다. 공물을 줄이는 것이 낫지, 왜 우리 백성을 고생시키겠는가. 연례로 바치는 회전복 5508첩(貼) 17관(串) 안에서 우선 줄여준 것과 아직 줄이지 않은 것을 특별히 영구히 감면하노니 도민의 폐단을 조금이라도 제거해 편안히 살도록 시행하라.”

뿐만 아니라 정조는 “전복 따는 고통을 떠올리면 전복을 삼킬 생각이 어떻게 나겠는가”라면서 전복 진상으로 인한 폐단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백성들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기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맹자는 ‘공손추편’에서 이런 말을 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짊의 극치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절의 극치이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이다.”

맹자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선정을 베푸는 것을 ‘왕도정치(王道政治)’라 칭했다.

사람을 긍휼히 여기시고 은혜를 베풀어주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왕도정치를 발견할 수 있다. 마태복음 14장에서 예수님은 빈들에서 많은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그중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뿐만 아니라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예수님은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으시고 ‘불쌍히 여기셔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풀어주셨다. 진정한 지도자를 판별하는 시금석 중의 하나는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공감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의 저명한 한 신학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가진 지위, 취득한 학위, 휘감는 외투가 참된 우리가 아니다. 우리의 속사람이 참된 우리다. 우리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참된 우리다.”

6·4지방선거를 앞에 두고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수많은 예비후보자들이 자신을 뽑아 달라고 아우성인 이때 우리 국민들이 화려한 외모나 학벌, 이력이나 경력에 현혹되지 말고, 여야를 초월해 꼼꼼히 사람됨과 전력(前歷)을 잘 살펴서 진심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며 소외된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줄 아는 공감하는 지도자를 선택하길 바란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기 때문이다.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