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삵, 야생의 삶으로… 서울동물원, 5마리 시화호 갈대숲에 방사

입력 2014-03-22 02:08

이제 경기도 안산 시화호 주변 갈대숲에서 어슬렁거리거나 들짐승을 사냥하는 삵을 볼 수 있게 됐다. 멸종위기 동물인 이 삵들은 과천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라다 방사된 것들이다.

서울동물원은 21일 오후 경기도 안산 시화호 상류습지에서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삵 5마리를 방사했다고 밝혔다. 암컷 3마리, 수컷 2마리로 모두 2012년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났다. 삵을 생태계에 풀어 준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삵을 야생으로 보낸 것 역시 처음이다.

살쾡이로도 불리는 삵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고양잇과 동물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이다. 생김새는 고양이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더 크고 털빛은 황갈색이나 적갈색 등이 뒤섞여 있으며 온몸에 검은 반점이 있다.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등 고양잇과 맹수들이 사라진 국내에서는 먹이사슬의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전남 영광군 백수 해안에서 야생의 삵이 발견된 적이 있다.

서울대공원은 방사에 대비해 지난해 9월부터 삵에게 살아있는 쥐, 비둘기, 미꾸라지 등을 주며 사냥기술 습득 등 야생 적응훈련을 하고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지난해 11월엔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방사 허가를 받았다.

노정래 서울동물원장은 “동물을 가둬 전시하고 보여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멸종위기 동물 개체를 보전하고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동행동물원’으로서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동물원은 목걸이 형태의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삵의 활동 및 이동경로, 야생 적응력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다른 포유동물의 방사 및 야생적응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