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끝장토론서 드러난 朴대통령의 쌍방향 리더십

입력 2014-03-22 03:15

박근혜 대통령은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통해 자신만의 토론 스타일과 리더십을 적나라하게 선보였다. 그동안 청와대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대해 쌍방향 토론식으로 진행된다고 수차례 설명해도 설득력을 얻지 못했지만 지난 20일 그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사실상 끝장토론으로 7시간이 넘도록 생중계된 회의에서 “잠깐만요”라면서 수시로 짤막한 발언권을 행사했다.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문제제기를 통해 참석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는 발언이 많았다. ‘문제점 파악→해결방법 공동 고민→담당자의 견해 확인’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특히 박 대통령이 “팀장님 나왔나요? 팀장님이 답변해 보세요”라며 예정에 없이 최우혁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전략팀장을 일으켜 세워 발언토록 한 장면은 청와대 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총출동한 자리였지만 ‘손톱 및 가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실무진의 의견을 요구했다.

‘정책 제시→대책 발표→간략 평가’ 순서로 진행됐던 전형적인 정부 회의와는 양상이 상당히 달랐다. 민간을 통해서 정제되지 않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어 담당자가 내놓은 답변에 대해 대통령이 즉석질문을 던져 다시 대안을 제시토록 하는 등 기존의 틀을 깬 회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답변의 초점이 명확하지 않거나 답변자가 횡설수설할 경우에는 “이렇게 하면 어떻습니까”라면서 해답을 유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발표자가 긴장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때는 먼저 미소를 보이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갔다. 발표를 경청하면서는 연필로 메모를 해 ‘대통령이 확실하게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되는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찾는 공직사회의 낡은 사고를 질타할 때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규제 관련 민원에 ‘규정이 이래서 안 되겠다’라고 말하지 말라”며 “공무원 사회가 규제개혁에 저항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큰 죄악”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마인드를 바꿔야 할 공무원’은 장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완화·개혁하는 것이 장관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서 ‘숙제’를 냈다.

후속 대책 마련도 발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당장 당·정·청은 21일 총리공관에서 규제혁파를 주제로 실무급 회의를 가졌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규제개혁 로드맵을 추진하면 당에서 적극 뒷받침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선보인 토론 스타일은 과거 대통령들과도 비교가 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난상토론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업가 기질이 강해 주도적으로 토론을 끌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취임 직후 ‘평검사 토론회’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토론자들과 거침없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