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통일의 길 찾다] 박 대통령 ‘드레스덴 선언’… ‘대박 프로세스’ 구체화

입력 2014-03-22 02:53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방문 기간 천명할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가칭)’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 포괄적인 대북 지원과 통일 협력방안 등을 담은 구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설 형태로 공개될 이 구상은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천명한 ‘통일대박론’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이행계획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박 대통령이 밝힐 드레스덴 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한 비핵화와 연계해 우리 정부가 북한의 통신 교통 등 기간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단계적 협력·지원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북한의 농촌 개발을 지원하는 이른바 ‘북한판 새마을운동 지원’을 비롯해 농림·축산 분야 개발 지원 등도 포함될 수 있다. 교육, 행정 분야 등 사실상 전방위에 걸친 대북 지원책이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드레스덴 선언에는 국제사회와의 한반도 통일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구상도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3월 베를린 선언이 한반도 냉전 종식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특사 교환 제안 등 남북 대화 재개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박 대통령의 구상은 통일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입체적인 협력 및 지원이 추가된다는 의미다. 국제사회를 향해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통일을 위한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협력을 호소하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연설이 유력하다. 정부 소식통은 21일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은 대북 지원과 포괄적인 통일 대비 구상을 담은 연설이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통일을 경험한 독일 정부와 우리 정부 간 전방위 협력체계가 이번 박 대통령의 구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독 양국 정부는 지난달 외교당국 간 통일외교 협의채널을 구성하기로 한 상태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외교정책과 경험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협의체 구성은 물론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통일 준비를 위한 채널이 구축되는 것이다. 여기에 양국 경제 부처 사이에 한반도 통일 준비를 위한 협의체 구성도 검토되는 단계다.

현재 가동 중인 통일부와 독일의 연방내무부 간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활동도 한층 활성화될 전망이다. 양국 정부 인사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1.5트랙(반민반관) 형태의 자문위는 1년에 한 차례 열려 왔다. 정부는 현재 한반도 주변 상황이 1980년대 후반 독일 통일 전 상황과 유사한 만큼 두 나라 간 통일 준비를 위한 협력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박 대통령의 구상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대북 지원이 단계적으로 성사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본격 가동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 문제가 진전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북측이 여전히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 입장을 고수하는 등 북핵 문제는 수년째 공전하고 있다. 결국 북한이 핵무력·경제발전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핵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면 현 정부의 대북지원 및 통일구상은 불가피하게 구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