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 물, 물 쓰듯 하다간… 대한민국 2025년 물재앙
입력 2014-03-22 02:38
한국인이 한 번 양치질을 할 때마다 흘려보내는 수돗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대략 6ℓ로 이는 난민촌에서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쓰는 물의 양보다 많다. 화장실에서 한 번 물을 내릴 때는 대략 15ℓ의 물이 사용된다. 아프리카에서 한 가족이 하루 동안 먹고 마시고 씻는 물보다도 많은 양이다.
21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민 1명이 하루에 286ℓ(2012년 기준)의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에 비해서는 8ℓ 감소했지만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사용량이 많은 편이다.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 물의 날’은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 현상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유엔이 만든 것으로 1993년부터 기념해 왔다. 올해로 22번째를 맞아 각종 물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유엔대학(UNU) 본부가 있는 일본 도쿄를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서 각종 행사가 열렸다. 한국에서도 국제 물 산업 박람회를 비롯해 물 학술발표회, 하천 정화활동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현재 전 세계의 물 사용 증가 속도는 인구 증가 속도의 2배에 달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2025년에는 세계 인구 중 18억명이 물 부족 현상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50%까지 급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이런 물 부족문제가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은 2030년에는 전 세계 물 공급량이 수요량의 6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국제인구행동단체(PAI)는 1990년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인구 11%에 달하는 7억6800만명이 제대로 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 5세 미만의 어린이 4500여명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해 수인성 질병으로 숨지고 있다.
지역별로도 물 부족의 원인은 조금씩 다르다. 아시아의 경우 강우량은 많지만 급속한 인구증가와 수질오염으로 인해 안전한 식수부족이 주를 이루고 아프리카의 경우 오랜 가뭄과 건조한 기후 때문에 근원적인 식수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최근 우물 개발 등으로 근본적 물 공급 문제는 해결됐지만 좀 더 나은 물을 공급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즉 안전한 식수를 공급해 수인성 질병 등 2차 질병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유엔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물이 꼽혔다. 즉 깨끗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 물을 얻기 위해 투입한 시간과 노력을 다른 분야에 쏟을 수 있게 된다. 여성의 경우 가정을 돌보거나 육아에 힘쓸 수 있고 아이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 또 보건 환경 개선으로 질병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질 좋은 물은 농작물의 생산성 확대로 연결된다.
이창표 월드비전 국제사업본부 과장은 “물 부족 국가에 대한 지속적인 식수시설 관리 및 공급을 위해서는 주민들이 기본적인 식수 위생의 개념과 관리에 대한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런 것이 외부 도움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만 물 부족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