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통일의 길 찾다] 50년 전 아버지가 눈물로 보낸 광부·간호사 이젠 딸이 그들의 손 맞잡는다

입력 2014-03-22 04:00

아버지는 피눈물을 쏟으며 광부와 간호사들을 독일로 떠나보냈지만 반세기가 지나 딸은 환한 미소로 그들의 손을 맞잡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교민간담회를 열고 파독 광부 및 간호사 출신 동포들을 접견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을 계기로 고난을 함께했던 파독 광부 및 간호사들은 50년 만에 서로 조우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박 전 대통령 시절 광부와 간호사를 독일로 대거 파견했다. 국민은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고 국가는 경제개발에 돈이 필요한 시기였다.

1964년 12월 10일 박 전 대통령 내외가 독일 함보른 탄광을 방문한 것은 파독 광부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기록된다. 광산밴드가 연주하는 애국가가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600여명의 우리 광부와 간호사들이 이곳을 방문한 박 전 대통령 내외와 함께 깊은 감회에 젖어 눈시울을 적셨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눈물의 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앞두고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의 방독기도 공개됐다. 육 여사는 파독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병원과 광부들이 땀 흘려 일하는 탄광지대를 찾아 동포들을 격려했다. 육 여사는 방독기에서 광부들과 간호사들을 마주한 장면을 떠올리며 “웃음을 주고 위로를 주겠다고 그렇게도 마음속으로 단단히 생각했던 나의 계획은 엉뚱하게도 그들을 대하는 순간, 아프도록 가슴이 맺혀오는 무엇인가 뭉클한 감정이 솟아오르며 시야가 뽀얗게 흐려지는 것이었다”라고 썼다.

또한 독일과 같이 한국도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육 여사의 간절함이 방독기에 담겼다.

파독 광부는 1963년부터 1977년까지 총 7936명에 이른다. 1963년 4월 한국대사관이 독일 광산 측에 한국 광부 파견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낸 후 그해 12월 16일 한국 광부 파견에 관한 한·독 협정서가 체결됐다. 이어 12월 21일 제1진 123명이 수십 시간을 비행한 끝에 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 도착해 독일 각지의 광산지역으로 배치됐다.

파독 간호사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총 1만1057명이 파견됐다. 간호사들은 약 800마르크(당시 원화가치 약 16만원)을 받았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벌어들인 월급은 고스란히 고국으로 송금됐고 그 돈은 조국의 근대화에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